[위클리오늘=전근홍 기자] 새해 벽두부터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가 계열사 신규 사장 선임을 두고 노·사 간 갈등과 대립의 길로 접어들었다.

신한생명의 새로운 수장이 될 현 오렌지라이프생명 정문국 사장의 ‘구조조정’ 이력을 두고 보험전문가가 아닌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를 선임해 화학적 결합이 이뤄질지 미지수란 반발이 나온 것이다.

신한생명 대표이사에 내정된 정문국 현 오렌지라이프 사장은 2008년 ABL생명 파업사태, 2014년 오렌지라이프생명 구조조정 등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곳마다 노·사 갈등의 불씨로 지목될 만큼 정리해고의 달인이란 평을 받는다.

ABL생명 사장 재임시절 영업력 확대를 위해 성과급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이에 반대하는 노조는 234일에 걸친 장기 파업을 단행했다.

당시 정 사장은 100여명의 지점장을 대거 해고하며 강경 대응했다. 오렌지라이프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도 취임 100일만에 전체 인력의 20% 이상을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바 있다.

이미 보험업계에서도 정 사장이 내정된 배경에 대해 이례적이란 평이 흘러나온 상태다. 지주 차원에서 단행한 인사의 특징은 1950년대생 CEO의 퇴진인데도 예외를 둔 점과 피인수회사의 대표를 인수회사인 신한생명의 대표이사로 내정했단 점 등 때문이다.

신한지주의 이번 인선은 결국 보험업 전반의 경영환경을 고려한 시너지 효과 창출에 포석을 깔아둔 것으로 해석되지만 거센 반발을 넘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2022년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과 감독회계기준인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을 앞두고 자본확충 부담이 큰 신한생명과 자본여력이 충분한 오렌지라이프와 합병을 통해 선제적 대응 방침을 세우겠다는 의도다.

실제 지난 9월말 기준 오렌지라이프의 RBC(보험금지급여력) 비율은 438%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신한생명은 201.4%로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한 실정인 것.

그렇더라도 문제는 얼마만큼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낼지, 단순히 인력 감축을 통한 입맛에 맞는 선택을 통한 실적 향상이 미래의 신한금융에 큰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 대표의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번 내정에 쏠린 의문 섞인 시선이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사장 취임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영입으로 이뤄진 것이다.

사모펀드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당시의 구조조정은 ‘이익추구’ 명목 하에서 불가피 했던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신한생명 나아가 신한금융의 경우 금융당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점 등으로 섣부른 인력조정의 칼날 행사는 득(得)보다 실(失)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동주공제(同舟共濟)’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고난과 역경을 함께 헤쳐나간다는 뜻이다. 두 사람이 배를 타고 풍랑을 만날 경우 그간의 원한을 잊고 협력을 통해 위기를 헤쳐 나왔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오는 3월 취임을 앞둔 정문국 신한생명 내정자가 내부갈등과 대립의 쇠사슬을 끊기 위해선 '협력과 상생'이라는 단어가 경영철학에 꼭 포함되길 신한생명의 모든 임직원이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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