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제보꾼' 엔터 강국에 뿌리 못 내리는 까닭

 

아이돌 그룹 ‘빅뱅’의 가수 ‘승리’가 해외 매스컴에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9월 중순 상의를 벗고 누워 있는 사진과 섹스 취향을 알려주는 기사가 일본 주간지 <프라이데이>에 보도돼 스캔들에 휘말리더니, 바로 며칠 뒤에는 홍콩 배우 성룡의 아들 팡쭈밍의 전 애인으로 알려진 모델 쿠보 안나와 진한 스킨십을 나누는 장면이 홍콩신문 <빈과일보>에 보도되면서 갖가지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승리를 다룬 폭로성 사진이 파파라치에 의해 찍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삼 해외의 파파라치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외국의 파파라치는 연예인은 물론 왕족, 정치인, 경제인 등 유명 인사를 상대로 사생활을 폭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빅뱅 '승리'의 잇단 스캔들 이후 관심 고조

     언론사, 파파라치에 대한 불신이 큰 요인

과연 한국에도 해외처럼 파파라치가 활동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국내에는 프로 파파라치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강국으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K팝이 세계를 강타하는 상황인데도 왜 유독 우리나라에만 파파라치가 없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대형 언론사가 사생활 폭로나 연예인 관련 기사를 구입하려 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 번 구입하는 전례를 남기면 유사한 일이 빈번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처음 파파라치 사진이나 기사를 산 언론사는 파파라치 시대를 개막시켰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는 것이다.

   국내 파파라치  아직은 수준 미달

한국 언론이 파파라치의 기사를 구매하지 않는 이유는 언론사가 파파라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언론사는 파파라치 사진이 보도될 경우 담당 기자에게 이런 사진을 찍도록 강요할지언정 절대 직접 구매하지 않는다. 파파라치를 못 믿는 것은 파파라치 수준이 중앙 언론사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사 소속 기자를 시키면 훨씬 수준 높은 기사 생산이 가능한데 굳이 믿을 수 없는 사진이나 기사를 낼 이유가 없는 셈이다. 

게다가 파파라치가 제공하는 신뢰도 떨어지는 사진이나 기사는 자칫 소송에 휘말릴 우려가 크다. 파파라치 기사로 인해 소송에 휘말리면 언론사는 명예와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믿지 못할 기사를 보도하느니 자사 소속 기자에게 취재를 시켜 기사를 가공하는 게 훨씬 편하고 믿음이 갈 일이다.

언론사가 파파라치 사진을 구입하려면 먼저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언론사 기자를 추월할 만큼 능력 있는 파파라치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신뢰할 만한 언론사 출신들의 사진이나 기사가 매매되는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런 시장이 형성되면 점차 프리랜서의 층이 다양해지고 폭도 넓어질 것이다. 이런 과정에 기사나 사진을 매도하는 파파라치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활성화로 많은 사생활이 공개되고 있다. 이런 바람을 타고 일부 연예인의 열애 현장이 폭로되기도 한다. 또 일부 언론에서는 밀착취재 형태로 이를 포착해 보도하기도 한다.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올린 연예인의 사생활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이런 사진이나 동영상이 드러내놓고 거래되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언론사 기자가 몰래 촬영해서 보도하는 것이나 파파라치가 촬영해서 매스컴에 판매해 기사화되는 것이나 결과는 똑같다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다르다. 다음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몇 년 전 언론에서는 톱스타 커플 A 씨와 B 씨의 열애설이 보도됐다. A 씨와 B 씨는 기사가 보도되자 바로 연인관계임을 시인했다. 데이트 현장 포착 사진이나 동영상이 이전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공개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그러다 얼마 뒤 이들은 공개 데이트 등 연인으로서의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고 지내다 결별했다. 

A 씨와 B 씨의 열애설 보도를 두고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선 다양한 루머가 나돌았다. 루머의 내용은 첫째, 열애설을 단독 보도한 매체가 실제로 열애 현장을 포착했는데 충격적인 카섹스 장면이었다는 것. 둘째, A 씨와 B 씨의 소속사가 문제의 사진을 보도하지 않는 대신 해당 매체의 열애설을 고스란히 인정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카섹스 장면이 담긴 사진이 있었다고 가정할 때, 만일 이 사진을 파파라치가 갖고 있었다면 언론사에 팔아 보도되도록 했을 개연성이 크다. 파파라치가 해당 연예인에게 돈을 요구하면 협박이 되고, 언론사에 의해 보도되면 자신의 몸값이 올라가게 마련. 사진이 사실이라면 언론사가 갖고 있는 것보다 파파라치가 갖고 있는 경우 보도 가능성은 훨씬 크다는 것이다. 

실제 열애설 보도를 앞두고 언론사와 연예기획사 사이에는 일종의 ‘거래’가 종종 있다. 기사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면 소속사는 ‘너무 과도한 사진은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고 언론사는 ‘열애설을 깔끔히 인정해 달라’는 선에서 제안을 받아들인다. 언론사로서는 열애사실 단독 보도로 만족하고, 소속사에서는 과도한 보도를 억제시키게 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몰래사진'  거절당해  

일반인이 연예인의 데이트 현장을 포착해 언론사에 판매하려고 시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한류스타 C 씨와 후배 여자 연예인 D 씨의 남태평양의 한 휴양지 데이트 사건이다. 마침 그곳을 여행 중이던 한국인 관광객은 이들의 데이트 장면을 몰래 사진과 동영상에 담아 귀국한 뒤 몇몇 월간 여성잡지사에 구입의사를 물었다.

그러나 모든 여성잡지사가 구입을 거절했다. 자칫 그런 전례를 남길 경우 유사한 일이 빈번해질 것이란 우려와 이 일이 한국 잡지계에 파파라치 시대를 개막시킬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결정적으로 사진 값을 너무 비싸게 요구해 거절했고, 여성잡지사가 엄청난 속앓이를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머잖아 등장 가능성 커

언젠가 한국에도 파파라치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이나 기사를 잘 쓰는 전문가가 양산되고, 기사 판매와 관련해 적정한 시장가격이 형성되면 결국 파파라치가 등장할 것이다. 이를 구입했을 때 엄청난 특종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매체를 드러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적정한 가격에 기사를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상조여서인지 한류스타 C 씨의 열애설은 묻혔고, 한국판 파파라치 시대는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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