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계좌정보 공개요구도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불가

[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최근 고율의 이자를 미끼로 자금을 끌어들여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구제를 받는 방안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회사 차원에서 선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법정에서 시시비비도 가리기도 전에 회사가 돈을 지급하면 그 자체가 배임 등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2010년 4월에 발각된 경남은행의 4천억원대 사기 사건의 피해구제 절차가 있다. 이 사건은 경남은행 신탁부의 직원 둘이 고객 돈을 투기적 사업에 운용하다 날리게 되자 경남은행장 명의의 지급보증서 등을 위조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이 가짜 보증서로 2008년 10월부터 2010년 4월까지 16개 금융기관에서 대출금을 받아 ‘돌려막기’를 시도했다. 결국 이들은 경남은행에 3천262억원의 손해를 떠안겼다. 또 회삿돈 572억원을 횡령했다.

검찰은 이들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가법)의 횡령과 사기 혐의로 모두 7명을 구속기소 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 1명을 기소중지 처분했다.

2014년 4월에 한화생명에서 발생한 수십억원대의 허위 보증사고도 마찬가지다. 한화생명 직원이 허위 보증 서류를 만들었고, 외부인은 이 서류를 근거로 대부업체에서 3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아 잠적했다.

비슷한 시기에 국민은행 직원은 부동산개발업자에게 9천709억원 규모의 허위 입금증을 발부했다. 이 직원은 '문서발급 및 대출예정 확인서' 등 6천101억원 규모의 임의확인서 10건을 교부했다.

실제 예금한 사실이 없는데도 3천600억원 규모의 예금입금증 4건을 비롯해 제3자의 차용자금 8억원을 보관 중이라는 현금보관증 8건도 발급했다.

이 사건의 금융 피해자들의 구제는 어떻게 됐을까? 사건 후 피해자 100여명은 경남은행 대주주인 우리은행과 경남은행 본점 등을 오가며 1년 이상 항의시위를 벌이며 조속한 피해구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두 은행은 즉각적인 피해구제를 할 수 없었다. 한화생명과 국민은행의 금융사고도 마찬가지다.

법무법인 한누리 김주영 변호사는 한 토론회에서 “금융소비자 피해에 대한 구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질 수 있지만, 최종적인 구제수단은 사법적 구제수단이다”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금융계좌 정보공개 요청도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법원의 확정판결 없이는 일방적인 피해 주장만으로는 현행법상 금융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한다. 피해자를 위한 선의를 베풀려다 자칫하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아시아신탁의 금융사고도 결국은 지루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를 주장하는 10여명은 즉각적인 피해구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확정판결까지는 구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일부는 연간 50%가 넘는 고율의 이자를 받기로 하고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사건도 피해자가 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경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금융 피해자라며 집단으로 몰려와 계좌정보를 공개하라거나 피해를 즉각 보상하라고 항의시위를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법규나 법률을 무시하고 피해를 보상하거나 금융계좌 정보를 공개한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구제도 절차와 관련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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