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급성장, 무역분쟁 등 기업환경 급변에 긴장 고조

▲ 대우건설 김형 사장이 새해 첫 출근하는 임직원들을 맞이해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떡이 담긴 복주머니를 전달하는 것으로 시무식을 대신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위클리오늘=문영식 기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건설, SK이노베이션, KT 등 주요 대기업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2019년 주요 경영방향을 밝히고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각오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올해 재계 수장들이 보내는 메시지에서 이전과 달리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유난히 '실패'에 대한 언급이 많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언급은, '실패를 두려워 말고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추진하라'는 맥락이다. 하지만 이전 신년사에서 보기 힘들었던 '실패'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많은 CEO들이 언급한 것은, 그만큼 올해 우리 기업들이 처한 경영환경이 매우 어렵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건설적인 실패를 격려하는 기업문화와 과감한 도전과 투자"를 강조했고, 이재용 부회장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은 자리에서 5G와 관련해서 "새로운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를 언급해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에서의 실패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 현대자동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시무식을 주관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올해 처음으로 시무식을 이끈 현대자동차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실패를 회피하고 비난하는 문화에서 탈피해 실패를 인정하고, 실패로부터의 교훈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문화로 전환하자"고 강조해 성장과정에서의 실패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LG전자 조성대 대표도 "실패하더라도 도전을 장려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자"고 직원들을 독려했고, 동국제강 장세욱 부회장도 '실패에 좌절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다윗왕의 글귀를 직원들에게 들려줬다.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 허창수 회장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도전을 위한 실패를 강조했다.

■ 저성장 기조 고착화, 중국·인도의 급부상 등 대내외 적으로 높은 파도 예상

대기업 CEO들이 이렇게 실패 가능성을 많이 언급한 것에 대해, 무엇보다 녹록치 않은 올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사업과 경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전경련 허 회장은 "(우리 경제가) 90년대 일본처럼 장기 침체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신성장 동력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고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중견련의 강호갑 회장은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력 산업 현장은 불황을 지나 소멸을 방불케 한다"며 우리의 산업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고 진단했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도 "올 한해 경제 상황은 녹록치 않다"면서, "미·중 글로벌 무역전쟁,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신흥국 부채부담 가중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 정 수석부회장은 "기존과는 확연하게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현재의 기업환경이 새로운 경쟁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대우건설 김형 사장도 "국내의 저성장 기조 고착화와 함께, 중국, 인도 등 후발 주자들의 급격한 부상으로 수주 시장 내 경쟁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예견하며 "올해가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는 자세로 임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 '남이 모방할 수 없는 우리만의 경쟁력'이 살길

이러한 현실의 어려움과 미래의 불안함을 돌파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기업 CEO들은 독창적 경쟁력과 기술 그리고 이를 위한 과감한 도전을 강조했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남이 모방할 수 없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과 (이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조직문화"를 임직원들에게 당부했으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이 순간이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절박함"을 언급하며 직원들에게 경쟁력을 주문했다.

삼성전자 김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차세대 제품과 혁신 기술'을 강조하며 '초일류·초격차'라는 단어로 반도체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에 대한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현대차의 정 수석부회장은 "2021년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범운영, 2025년 44개 전동화 모델을 통해 연간 167만대를 판매"하겠다며,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에 약 8조원을 투자"한다는 신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와 구상을 내놨다.

이러한 차별화된 경쟁력 외에도 소통이나 재무능력 강화 등을 통해 난관을 헤쳐 나간다는 경영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 현대건설 정진행 부회장이 시무식을 주관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제공

현대건설 정진행 부회장은 "내 일, 남 일 구분 짓지 않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끝까지 동행하자"며 소통과 결집을 통해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대림산업 김상우 사장은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고 국내 경기도 심상치 않은 만큼 올해 회사 경영은 '현금 창출'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보다 현실적인 경영방침을 제시했다.

■ 일자리 창출, 상생, 협력, 환경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이밖에도 이번 대기업 CEO들의 신년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거의 모든 회사가, 상생, 협력, 환경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점이다.

먼저,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겪었던 대한항공 조원태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꾸준한 일자리 창출로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한편, 대한항공의 강점을 살린 사회공헌활동, 협력업체와 상생하고 발전하는 토대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물산합병, 산업재해, 회계논란 등 잇단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있는 삼성전자의 김 부회장역시 "사회공헌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 상생과 나눔을 실천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정 수석부회장도 "협력사 상생협력 및 일자리 창출과 같은 사회적 책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시무식장에서 신년사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신년사 서두에서부터 "임직원 여러분은 물론, 협력사, 공급사, 고객사 등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소망 한다"며 임직원 외에도 포스코 주변 기업들에 대한 인사로 신년사를 시작했다.

최 회장은 작년 7월 취임과 함께 '더불어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선언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청년실업, 저출산 해결 등을 포스코가 추구할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제시했다.

대우건설은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산업안전을 신년사에 담기도 했다.

대우건설 김형 사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신년사에서 정도경영의 실현을 강조하면서 "건설산업기본법 및 산업안전보건벌 등 산업전반에 걸쳐 품질 및 안전 준수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면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항상 긴장감을 가져달라"고 임직원에게 주문했다.

화재사고로 곤혹을 치렀던 KT 황창규 회장도 아현동 화재사고를 언급하며 "KT가 국민기업으로서의 사명을 다해야한다"고 임직원에게 요청했다.

KT는 신년행사장에서 아현지역 상인들이 보내온 영상 메시지를 상영했다. 영상에서 상인들은 "화재 때문에 많이 놀랐지만 신속하게 조치해줘 신뢰가 생겼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은 정유화학 회사답게 환경을 강조했다. 김 총괄사장은 "모든 계열회사가 '환경 이니셔티브'라는 공통된 전략으로 '그린 이노베이션'을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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