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유통에도 상도덕이 있다”

유통업계는 자신의 물건을 조금이라도 더 팔기 위해 눈치싸움, 출혈 할인, 모사 그리고 ‘쩐의 전쟁’까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럼에도 지켜야 할 선과 상도덕이란 게 있다.

지난 몇달 간 서울우유협동조합과 코레일유통은 납품처와 납품단가 문제로 다툼 중이다.

코레일유통은 공기업인 코레일의 자회사로 지난 2004년 ‘홍익회(1967년~)’에서 유통사업을 분리해 만들어진 회사다. 서울우유와의 관계 역시 오래된 셈이다.

하지만 2015년 코레일유통이 자사 외에도 ‘나들가게’와 ‘코사마트’ 등 일반유통 채널에 발을 들이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일반적인 유통업계의 다툼은 동일한 제품을 어떤 거래선을 통해 얼마나 저렴하게 구입해 얼마를 남기고 파느냐의 문제지만 이번 문제는 다르다.

코레일유통이 서울우유를 서울우유협동조합에서 공급받아 서울우유 지역 대리점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당 지역 슈퍼와 개인편의점에 납품하고 있어 서울우유 지역 판권을 갖고 있는 대리점의 이권을 침해한 문제기 때문이다.

서울우유 측은 “코레일유통이 운영하고 있는 ‘스토리웨이’ 편의점에만 납품하는 것으로 알고 B2B 계약을 체결, 공급가를 대폭 낮춰 거래해 왔다”는 입장이다.

이에 코레일유통 측은 “계약서 상 판매처 제한 조항이 없으므로 문제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언제든 협의할 준비는 돼있다”며 “서울우유 측이 이의제기를 해와 지금은 나들가게 외에는 납품을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문제는 지난 몇 년 간 코레일유통이 일반유통 질서를 붕괴시키는 수준의 가격으로 납품을 해왔다는 것과 이의제기 후에도 여전히 나들가게엔 납품 중이라는 데에 있다. 이른바 ‘물 흐리기’다.

서울우유 대리점의 200ml 소매점 납품가는 800원인데 비해 코레일유통의 납품가는 그보다 30%나 저렴한 550원에 불과하다. 경쟁 자체가 안 되는 가격이다.

이로 인해 지역 독점권을 갖고 생계를 꾸려가는 서울우유 지역대리점들은 나들가게나 코사마트 등을 아예 납품대상에서 제외하게 돼, 수익에 커다란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코레일유통 측은 소상인들과의 ‘상생’ 차원에서 저마진으로 공급했다는 주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레일유통 측 주장대로라면 자사 외의 어떤 곳이라도 납품이 가능하다는 얘기”라며 “공기업이 일반 유통채널을 놓고 서울우유와 밥그릇 싸움을 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싸게 공급 받았다 해도 시장가격을 준수해야 시장질서가 무너지지 않는다”며 “자신들이 말하는 상생엔 당사자 외 다른 이의 상생은 포함돼 있지 않은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또 있다. 양사 간 협의의 방향이다.

협의 후 만약 코레일유통이 일반유통 채널에서 발을 뺐을 경우 기존 550원에 구매했던 상인들이 과연 800원의 납품가를 받아들일지의 여부다. 자칫 서울우유를 향한 폭리 논쟁이 가열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양사 간 △계약해지로 인한 납품 중단 또는 △나들가게를 특수 거래처로 인정, △혹은 납품가 인상 등 경우의 수가 많아 예측이 쉽진 않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양측 모두 후폭풍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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