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도 풀등-지안재 등의 황홀경 안내

“좁은 땅덩이 뭐 볼 거 있냐”며 해외로 눈 돌리는 사람이 많지만, 그건 모르고 하는 소리다. 구석구석 눈길 잡아채는 풍경이 얼마나 많은데…. “그거 다 뻔한 것 아니냐”고 또 딴지를 걸는지 모르지만 한번 보시라. 어디 이런 풍경 본 적 있나? 대한민국의 신비한 풍경 ‘베스트 6’를 보고 말씀하시라. 

   1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고래'    이작도 풀등

▲ 이작도 풀등.

인천 옹진반도 이작도 앞바다에는 차원이 다른 크기의 ‘고래’가 산다. 이 고래는 하루 두 번 모습을 보인다. 밀물이면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가 썰물이 되면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고 인사를 건넨다. 어찌나 온순한지 사람들이 등에 올라타도 차분하기만 하다. 

지구에 서식하는 가장 큰 고래는 흰긴수염고래로 길이가 30m 정도다. 하지만 이작도 앞바다 고래와는 감히 견줄 수 없다. 놀라지 마시라. 녀석의 크기는 무려 길이 3㎞, 너비 1㎞에 달한다. 그런 게 실제로 존재한다고? 

이작도는 인천연안부두에서 뱃길로 두 시간 거리, 자월도와 승봉도 사이에 있다. 소이작도와 대이작도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래는 대이작도 큰풀안과 작은풀안 해수욕장 앞에 등장한다. 썰물 시간이 되면 고래는 하얀 등을 수면 위로 올려 존재감을 과시한다. 

실토하자면 이 고래는 모래섬이다. 풀치, 풀등, 고래등 따위로 불린다. 바닷물이 빠지면 ‘모세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기다란 바닷길이 열리는 경우는 흔해도 이처럼 거대한 모래섬이 홀연히 나타나는 경우는 여기뿐이다. 지금도 어마어마한 규모지만 예전에는 그보다 훨씬 컸다. 해사 채취 등으로 면적이 1/3 수준으로 준 게 지금 크기다. 고래등에는 골뱅이, 조개 따위가 지천이다. 한 시간이면 한 자루 가득 잡을 수 있다. 낚시도 제법 잘 된다. 정말 착한 고래가 아닐 수 없다.    

▲길잡이: 인천연안여객터미널(032-885-0180)과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032-886-7813~4)에서 배편이 오간다. 쾌속선은 50분, 일반선은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2  '밤마다 용이 승천하는 길'   지안재

▲ 지리산 지안재.

밤이면 슬며시 깨어난 용이 꾸물꾸물 승천하는 곳이 있다. 이 또한 ‘헛소리’로 치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직접 지안재로 가보시라.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단박에 있을 테니까.

지안재는 경남 함양읍에서 마천면으로 넘어가는 지리산의 고개다. 함양읍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마천면 방면 1023번 지방도로로 갈아타면 이 고개를 만날 수 있다. 옛사람들은 지리산 장터목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이 고개를 넘어야 했다. 

그런데 어디에 용이 있냐고? 성미 한번 급하시네. 밤이 되면 알 것이니 조금만 참으시라. 해가 저무니 슬슬 용이 움직일 때가 왔다. 고갯마루에 올라서 용이 승천할 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보시라. 보았는가? 지금 용이 하늘로 올라갔거늘.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지안재 용의 정체는 바로 자동차 불빛의 궤적이다. 도로 모양이 마치 용이 몸을 틀며 전진하는 형상이다. 도로의 길이는 1㎞쯤 된다. 급격한 헤어핀 코스가 연속으로 이어진다. 익사이팅한 드라이빙을 하기에 적당하다. 

용의 승천 모습은 눈으로 보기보다 카메라로 담는 게 낫다. 자동차가 오갈 때 장노출을 주고 카메라를 고정시켜두면 렌즈 속으로 한 마리의 멋진 용이 빨려들어 들어간다. 지안재 근처에는 천 년 전 최치원이 조성한 상림숲을 비롯해 지리산전망공원 등의 볼거리가 있다. 

▲길잡이: 대전통영간고속도로 함양분기점→88올림픽고속도로 함양IC→함양읍→마천 방향 24번국도→1023번지방도→지안재

    3  이스트섬의 석상?   하늘재 미륵리불두

▲ 하늘재 미륵리불두.
하늘재라고 충주와 문경을 잇는 아주 오래된 고갯길이 있다. 걷기에 참 좋은 길이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이 평탄해서 힘에 부치지 않는다. 약 1시간 걸린다. 하늘재는 역사에 기록된 가장 오래된 고갯길로 삼국사기에 계립령으로 등장한다.

이곳 하늘재에 아주 기이한 형상의 석상이 하나 있다. 이 석상은 태평양 동부 이스터 섬의 거대석상, 제주도의 돌하르방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석상은 하늘재의 충주 방면에 있다. 상모면 미륵대원사지 근처다. 미륵대원사지는 비밀에 쌓인 불지다. 누가 언제 어떻게 창건했는지 도통 알려진 바가 없다. 후고구려의 궁예가 간여했다는 설도 있고, 신라의 마지막 왕세자인 마의태자와 후백제의 견훤이 불심을 빌어 나라를 일으키려 했다는 설도 있다. 

이 절은 고려 충렬왕 때까지 존속되다가 몽고 침입 때 폐허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폐사지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보물 제96호로 지정된 미륵불이다. 마의태자를 형상화한 것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이스트섬의 석상을 닮은 미륵리불두로 절터 위쪽에 삼층석탑과 나란히 있다. 이 불두는 높이 138㎝, 너비 118㎝의 거대한 부처머리 조각이다. 고려시대 지방의 불상 양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눈코입이 그다지 조화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근감이 드는데, 우습게도 이스트섬의 석상 같은 그 못생긴 외모 때문이다. 

▲길잡이: 충주 방면: 중부내륙고속국도 괴산 나들목→597번 지방도→미륵사지→하늘재
문경 방면: 중부내륙고속국도 문경새재 나들목→901번 지방도→갈평리에서 관음리 방면 좌측 길→포암사→하늘재

    4  '날짜에 물때 맞아야 보이는 해거름'   채석강 해식동굴  

▲ 채석강 해식동굴.

비가 오거나 잔뜩 찌푸린 날씨일지라도 매일 해는 진다. 지구가 자전을 멈추지 않는 한 변함없는 진리다. 부안 채석강에는 특별한 해거름이 있다. 해거름이 ‘거기서 거기’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고 일단 따라와 보시라.

채석강은 격포항 북쪽에 자리 잡은 해안 절벽지대다. 마치 수십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한 바위 절벽이 해안가에 기다랗게 늘어서 있다.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즐겨 놀았던 장소가 이처럼 생겼다고 한다. 이름도 그곳의 지명에서 따왔다. 채석강은 기암을 감상하며 산책하기에 적당한 곳이라 할 수 있다.

그 채석강이 해거름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물론 상관있다. 채석강에는 해식동굴이 여럿 있다. 파도에 의해 뚫린 것들이다. 절벽의 약한 부분에 파도가 계속 부딪쳐 구멍이 생겼고, 수천 년 지나면서 동굴로 변했다. 깊은 것은 안쪽으로 20m 가까이 침식이 되었다. 이것이 채석강의 해거름을 특별하게 만드는 주인공이다. 

동굴이라는 어두운 프레임에 갇힌 밝은 태양. 그 극과 극의 대비가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 해거름은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연히 날씨가 좋아야 하고, 거기에 하나 더 물때가 맞아야 한다. 밀물이면 해식동굴로 들어가는 길이 물에 잠긴다.

▲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30번국도→새만금방조제→격포 채석강

    5  '바다에 펼쳐진 돌부채'    읍천 주상절리 

▲ 읍천 주상절리. 수평으로 누운 주상절리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형태다.

“음, 꽃이 핀 것 같기도 하고. 아, 맞다. 부채다, 부채.”

경주에 가면 읍천이라는 조그마한 포구마을이 있다. 뭘 경주까지 가서 포구를 찾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경주 하면 신라의 수도로 왕릉, 석굴암, 불국사, 각종 국보급 석탑과 불상 등 볼거리가 천지이니 그런 질문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읍천으로 잡았던 경로를 변경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읍천 바다에 365일 펼쳐진 돌부채가 연출하는 장관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읍천마을은 벽화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0~2011년, 2년에 걸쳐 조성된 벽화다. 130여 개의 다양한 그림들이 집과 담벼락을 수놓았다. 읍천 주민들의 생활모습을 담은 그림들도 더러 있어서 흐뭇한 미소를 부른다. 읍천 앞바다의 돌부채는 마을에서 500m쯤 내려가다 보면 왼쪽 편에 있다. 쿠페모텔을 끼고 내려가면 보인다. 군사지역으로 통제되는 곳인데, 주간에는 접근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그곳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조성돼 보다 쉽게 찾아갈 수 있게 됐다. 

돌부채의 정체는 주상절리다. 용암이 식으면서 기둥모양으로 굳은 것을 주상절리라고 한다. 수직으로 서는 게 일반적인데, 특이하게도 읍천의 것은 수평으로 누워 있다. 이런 형태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 제주도의 주상절리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이유가 여기 있다. 

▲길잡이: 경부고속도로 경주IC→서라벌대로→배반사거리에서 울산, 불국사 방면→외동읍에서 양남, 입실리 방면 좌회전→외남로 따라 계속 직진→양남사거리에서 좌회전→읍천리

   6  '자연이 조각한 큰바위얼굴'    고창 병바위

▲ 사람의 얼굴을 닮은 고창 병바위.

원기 충천 여행지의 대표적인 곳이 고창이다. 먹으면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는 장어와 복분자. 고창은 풍경보다 특산물이 더 유혹하는 곳이다. 그렇다고 고창에 볼거리가 없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동백꽃 낙화로 유명한 선운사를 비롯해, 미당서정주 문학관, 고창읍성, 고인돌군락지 등 여행지로서 볼거리도 풍성하다. 

가을은 고창으로 여행을 떠나기에 특히 좋을 때다. 학원농장에 만발한 메밀꽃이 가을 분위기를 제대로 자아내기 때문이다. 곧 선운사와 문수사에 단풍도 들 테고, 꼭 음식을 찾지 않더라도 고창으로 가는 길은 즐겁다. 

고창에 가면 찾아볼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큰바위얼굴이다. 고창군 아산면 반암리 구암마을 뒤편에 이 기묘한 바위가 있다. 이곳 사람들은 병바위라고 부른다. 거구로 병을 세워놓은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일컫는데, 사실 이 바위는 사람의 얼굴을 쏙 빼닮았다. 코는 오뚝하고 눈썹과 입술은 살짝 튀어 나왔는데 바위 위에는 머리카락처럼 나무가 자라고 있다. 구암마을에는 병바위처럼 신기한 선바위, 안장바위, 형제바위, 병풍바위, 사자바위 등이 더 있다.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선운사IC→22번 국도→반암교차로→구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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