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지각변동 예고

연예계에 ‘공룡’ 기획사가 잇따라 탄생하고 있다. 톱스타들이 한두 곳의 대형 기획사로 집결하면서 연예계에 지각변동이 시작된 모습이다. 최근 강호동 장동건 등을 간판스타로 보유하게 된 SM C&C가 대표적인 사례다. 연예가에선 초대형 기획사들의 등장에 우려와 기대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SM C&C는 장동건의 AM, 코엔은 이휘재 소속사 각각 인수  
      콘텐츠 제작-해외 진출 기대 불구, ‘연예권력화’ 부작용 우려

잠정 은퇴를 선언하고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강호동을 영입한 SM C&C가 최근 톱스타 장동건의 소속사까지 흡수·합병했다. 갑작스러운 발표로 인해 주가까지 치솟았다. 

SM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인 SM C&C는 공격적인 스타 영입으로 단숨에 공룡 기획사로 떠올랐다. 8월 중순 강호동 신동엽과의 전속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지난 9월 19일에는 장동건 김하늘 한지민의 소속사인 A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흡수·합병을 발표했다. 장동건 영입을 알린 SM C&C는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개그맨 이수근 김병만과의 전속계약을 공개해 연예계의 뜨거운 관심 대상으로 부상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SM C&C가 더욱 공격적으로 스타 영입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막강 '엔터 왕국' 구축

▲ 장동건이 이끌던 A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SM c&C에 합병됐다. 사진=뉴시스

한 연예계 관계자는 “SM C&C가 자금과 경로를 총동원해 스타들과의 전속 계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대형 스타 영입이 강호동 장동건에서 절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M C&C가 드라마와 예능, 영화 등 연예계 각 분야를 대표하는 스타들을 재빨리 영입하는 것은 탄탄한 ‘엔터 왕국’을 건설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단순히 매니지먼트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직접 생산해 여러 나라에 직접 수출한다는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장동건이 오랫동안 이끌어온 AM엔터테인먼트를 접고 SM C&C와의 합병을 결정한 건 연예계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A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김하늘 한지민까지 합류하면서 연예계의 톱클래스 매니지먼트사로 군림해왔다. 아쉬울 것 없는 장동건이 SM C&C 행을 택한 것은 수익과 관리를 둘러싸고 그만한 ‘비전 공감’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각자 개성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통해 체계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려는 전략은 톱스타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조건”이라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을 통해 전 세계 케이팝 시장을 장악한 SM엔터테인먼트의 인프라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9일 SM C&C 김명민 대표는 “AM과 SM 소속 스타를 비롯해 강호동 신동엽 등 최고의 진행자들을 바탕으로 매니지먼트와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하겠다”며 “영상 콘텐츠 제작 사업을 범아시아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공표했다. 음반, 예능, 드라마, 영화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만들어 직접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자신감이자, 선전포고다. 

▲ SM C&C로 합류하게 된 김하늘. 사진=뉴시스
SM C&C의 공격적인 스타 영입을 두고 연예계는 물론 방송가도 긴장하고 있다. 이미 지명도 높은 스타를 다수 보유한 SM C&C가 더 많은 톱스타를 데려가 막강한 ‘연예 권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강호동이나 장동건, 김하늘 등은 각각 예능프로그램부터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파워맨’들이다. 스타의 입김이 날로 세지는 가운데 이들이 한 곳에 몸담고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면 이로 인한 파생 효과는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거대 연예권력에 휘둘릴 위험성도 커진다. 

     TN미디어 인수로 인기 진행자 싹쓸이

SM C&C를 필두로 공룡 기획사를 이룬 또 다른 회사는 코엔그룹이다. 유세윤 현영 박경림 등의 스타가 소속된 코엔그룹은 17일 신봉선 이휘재 김지선이 속한 TN미디어를 인수 합병했다. 두 회사가 합치면서 현재 예능·교양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인기 진행자’ 대부분이 한 곳에 모이게 됐다.

코엔그룹은 지상파와 케이블위성채널 프로그램 여러 편을 직접 제작도 하고 있다. MBC <위대한 탄생3>, <최강 연승 퀴즈쇼 Q> 시트콤 <몽땅 내사랑> SBS <기적의 오디션>, 케이블위성채널 tvN <화성인 바이러스> 등이 코엔그룹이 직접 만드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코엔은 TN미디어와의 합병으로 프로그램 제작에서도 외연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자사 소속 연예인들만 활용해도 여러 편의 예능 프로그램 제작이 가능할 정도로 인프라가 풍부하다. 특히 TV 프로그램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예능 진행자’ 대다수를 보유한 점은 코엔그룹의 최대 강점이다.

소속 연예인과 사업 규모로 본다면 SM C&C와 코엔그룹은 연예계에 새롭게 떠오른 ‘빅2 엔터’다. 이로 인해 중소 기획사와 방송사들은 이들이 앞으로 펼칠 전략을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풍부한 인적 자원과 프로그램 제작 노하우, 해외 시장 경험 등이 맞물리며 발생할 폭발력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수익 독식'  경계 목소리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보다 앞서 연예계는 기획사의 거대화 움직임을 겪었고 쓴잔도 마셨다. 거대 기획사들이 주식시장과 맞물려 태동하기 시작한 건 2005년부터다. 이후 2년여 동안 연예계에 불어 닥친 코스닥 우회상장 바람과 그에 따른 공룡 기획사의 탄생, 부실 운영으로 인한 추락이 반복됐다. 

2005년부터 2006년께는 변화의 바람이 한층 거셌다. CJ, SKT 등 대기업 돈이 밀려오면서 2년 사이 약 50개의 연예기획사가 코스닥 우회상장을 이뤘다. 당시 탄생한 키이스트(배우 배용준), iHQ(정훈탁 대표) 등도 급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거품도 많았다. 치솟았던 주식 거품이 빠지면서 상장 폐지된 곳도 있었고 관련자들이 사법처리를 받기도 했다. 거품 탓에 스타들의 몸값이 터무니없이 오른 부작용도 낳았다. 이는 연쇄작용을 일으켜 드라마 제작 환경을 한층 열악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연예계 전문가들은 ‘공룡 기획사’의 탄생을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익을 특정 기획사만 독식하는 상황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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