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집권한 자민당의 ‘우향우’ 정책 분석

▲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 최학진 기자] 3년여 만에 정권 재탈환에 성공한 자민당. 아베 신조가 이끄는 자민당의 압승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에 힘입은 바 크다. 차지한 의석수만 480석 중 294석. 극우를 부르짖는 아베 총리는 전쟁을 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들기 위해 평화헌법 제9조를 개정하려 한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엔저를 유도할 목적으로 일본은행(BOJ)과 정책협정을 서두르고 있다. 우경화된 국민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정부 차원에서 치를 모양새다. 독도와 센카쿠 등의 영유권 분쟁으로 자국민의 감정만 다스리려 할 뿐, 주변국의 매서운 눈초리는 깡그리 무시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의 우경화 정책이 동북아시아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자.

극우 아베 신조의 자민당, 총선 압승

지난 16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은 압승을 거뒀다. 의석수도 480석 중 과반이 넘는 294석.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지 3년3개월 만에 되찾아 왔다.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인한 일본 국민의 팍팍한 삶과 주변국과의 영유권 분쟁, 안보 불안감 등이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불러왔고 이를 잘 활용한 자민당의 ‘영리함’이 가져온 결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일본 경제의 저성장 때문이다.
즉, 자민당의 이번 압승은 보수·우경화한 국민의식에 기댄 측면이 많다는 얘기다. 이 틈을 파고든 자민당은 극우 색깔을 띠면서 자극적인 공약을 휘몰아쳤다. 좌절과 낙심에 빠진 유권자들의 심금을 울려 ‘맹목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의 ‘새로운 나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일본 국민의 ‘과감하고 강한 정부’에 대한 열망을 다독였다.

보수 우익 입맛 맞춘 선물꾸러미

압승을 거둔 자민당은 영토 문제에 대한 강경론과 보수 우익의 구미에 맞춘 정책을 하나씩 선보였다. 먼저 평화헌법 제9조의 개헌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국가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해서는 걸림돌인 이 조항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제9조는 ‘일본의 재무장과 국가 간 전쟁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을 고쳐 자위대를 국가방위군으로 개편하겠다는 게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입장이다.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일본군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목적이다. 일본 우경화 바람에 편승해 강한 일본을 천명, 군국주의로의 회귀를 선언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극우 정책이다.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한 공명당의 의석수를 더하면 중의원에서는 헌법 개정에 필요한 3분의 2를 넘는 325석 확보가 가능하다. 문제는 공명당이 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극우정당 일본유신회와 손을 잡는다면, 325석보다 많은 348석 확보가 가능하다.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 수는 자민당(87)과 공명당(17)을 합해도 과반인 121석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올 여름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에 매진할 아베 정권이다. 참의원에서 개정안을 부결하더라도 중의원에서 재가결하면 통과가 가능하지만, 이때 불어 닥칠 야권의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아베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평화헌법을 개정 또는 폐기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사 반성 뒷전 부활 야욕

아베 정권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은 군국주의의 부활이다. 보수 우경화한 국민의 열망을 등에 업고 예전의 강하고 화려한 일본을 재현해 내려는 것이다. 이는 천부당만부당한 일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진실한 반성이 급선무다.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금 총칼을 차고 일장기를 흔드는 일본군의 모습은 우리나라는 물론, G2를 꿈꾸는 중국 등 아시아를 진노케 할 것이다.

독일은 나치 시절에 대한 끝없는 반성과 사죄로 전쟁의 상처를 이겨내고 유럽의 중심 국가로 다시금 우뚝 일어섰다. 그러나 일본의 사죄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특히 아베는 앞선 총리 재임 시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은 것을 가장 후회한다며 10월,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1993년)와 식미지 지배·침략의 역사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도 수정할 움직임이다. 꿀맛 같은 시절에 대한 향수로 오로지 강경 일변도의 퇴보하는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다.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 개정 외에도 영해 침범죄를 신설해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에도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센카쿠 열도에 공무원을 상주시킨다는 계획도 있어 중국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센카쿠 열도 인근에서 무력시위에 돌입했다. 지난 18일 남해함대 항공사단 소속 전투기들로 원거리 해상 공습 훈련을 시행한 것이다. 이전과는 달리 일본과의 전면전을 가정한 훈련으로 일본에 ‘할 테면 해 보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독도 도발 카드 외교전쟁 불보듯

우리 역시 독도의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뜨거운 외교전쟁을 치러야 한다. 아베 정권은 2월22일 ‘다케시마(竹島)의 날’을 정부 차원의 행사로 승격하겠다고 공언했다. 행사 주체를 시마네(島根)현에서 정부로 바꿔 보수 우익 세력을 한 데 모으려는 계산이다. 행사도 도쿄에서 대대적으로 거행하겠다고 공언했다. 맘먹고 우리 국민에게 불을 싸지를 모양새다. 만약 이를 실천에 옮길 경우 우리 국민의 반일 감정은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문가는 보수 우경화한 일본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어떻게든 이를 실천하려 할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와 일본의 외교 충돌은 양국에 해가 될 뿐이다. 미국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한·일간 대화와 협력을 요구한다. 북중러의 축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의 유대와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 한국과 일본이 대치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한중일 갈등이 심화될 경우 미국과 중국의 긴장도 덩달아 고조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불안정해진 동북아 지역의 정세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아베 정권의 영해 침범죄 신설과 독도 관련 행사 정부차원 승격은 한중 양국에 대한 도발 행위다. 곪을대로 곪은 자국의 문제를 어떻게든 밖으로 돌리려는 극우 정책의 남발인 셈이다. 불필요한 외교적 긴장을 피할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하는 이도 적지 않으나, 실제로 행동에 옮길 경우 우리나라와 중국의 반발로 결국에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해 동북아에서의 외교에 한계 아닌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돈 찍어서라도 경기 부양” 엔저 통한 수출 노려

일본 정부의 통계에 따른 올해 11월까지의 무역 적자는 6조2800억엔이었다. 1980년 기록한 2조6129억엔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베 정권은 공격적 경기 부양책을 내밀었다. 총선 전 당시 아베 자민당 총재는 공약으로 명목 성장 3% 달성을 내걸었다. ‘잃어버린 20년’의 그늘에 소비세 인상이라는 카드는 민주당의 자멸을 불러왔다. 경기 부양을 위해 추경예산 편성과 일본의 중앙은행 격인 일본은행(BOJ)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1%에서 2%로 상향조정한다는 공약도 내밀었다. 아베 총리는 “필요하면 돈을 찍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선언했다. 양적완화를 통해 엔저를 유도, 수출을 증대해 국내외 경기를 끌어올린다는 계산이다. 동북아는 물론 세계에 불어 닥칠 환율전쟁을 예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의도가 먹힐지는 미지수다. 일본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국제 투자자들에게 엔화는 아직도 유효한 안전자산이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당 4엔 정도가 하락한 것은 아베 총리가 달러당 90엔이라는 환율 목표를 언급하자 핫 머니가 유입돼 나타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기에 G2로 부상한 중국의 무역보복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8월 일본 정부가 센카쿠 국유화 조치를 단행하자 중국은 일본산 제품의 통관을 제한해 버렸다. 민간에서는 일본 상품의 불매 운동도 일어났다. 이로 말미암아 11월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5% 감소했다.

일본의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엔저 유도 정책은 우리에게 달가울 게 없다. 우리의 대일 수출이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의 환율 전쟁과 영유권 분쟁의 틈새에서 우리는 반사 이익을 노릴 수 있다.

아시아 군비경쟁 가속 동북아 군사적 긴장 높아져

평화 헌법을 개정해 군대를 가지려는 아베 정권의 야욕과 맞물려 동북아를 비롯한 아시아의 군비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일을 비롯한 인도, 대만 등 아시아 주요 5개국의 국방비 지출은 10년 새 두 배로 늘어났다.

군 병력은 큰 변동이 없지만, 국방비 지출은 2011년 2240억달러로 증가했다. 중국의 공식 국방비가 2000년 225억달러에서 2011년 899억달러로 증가한 게 주효했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는 실제 중국의 2011년 국방예산이 1422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세계에서 미국 다음 가는 국방비 수치다. 일본 역시 2000년 400억달러에서 2011년 582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도 2000년 170억달러에서 2011년 290억달러로 70% 이상 늘어났다. 인도는 같은 기간 50%, 대만은 25%가량 늘어났다.

아시아의 군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올해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을 앞질렀다. 최근 5년간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여 준다.

향후 일본의 우경화로 인한 정치·경제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군비 경쟁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CSIS의 한 분석가는 “경제 성장 둔화에도 아시아·태평양의 불확실한 안보 상황과 영유권 분쟁이 각국의 군비 지출을 더욱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만성화된 경기 침체와 일본의 우경화로 동북아의 갈등이 심화되고 이는 곧 군비경쟁으로 옮아간다는 분석이다. 중동의 화약고가 동북아로 옮겨와 정치·경제·군사적 문제를 야기하는 셈이다.

中 견제위해, 美 회귀 “세계 격랑 속으로”

아베 정권이 우경화 공약을 실천에 옮길 경우 동북아 정세는 격랑에 휩싸일 수도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이미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이 바탕에는 세계 인구의 60%, 세계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될 아시아에서 밀려나면 곧 도태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거대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팽창전략, 팍스 차이나를 견제하기 위한 팍스 아메리카의 움직임이다. 실제 미국은 태평양 패권 다툼을 위해 중동 중심의 안보 축을 동아시아로 옮겼다. 그 축에는 우리나라와 일본도 자리한다.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구사해 옴짝달싹 못하게 할 요량이다. 이런 상황에 일본의 우경화로 인한 동아시아의 긴장 고조는 미국으로서는 탐탁지 않다.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화와 타협을 요구하는 이유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 러시아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6월초 중국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를 아우르는 외교로 서방에 대항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양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영향력 확대를 위한 끊임없는 각국 간 이합집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가 그만큼 정치, 경제적으로 급성장해 세계의 중심에 설  날이 머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본 우경화 대비 전략 새정부 외교능력 시험대에

동북아는 세계 속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 패권 다툼의 장인 셈이다.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는 자국의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있지만, 일본을 앞세운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모양새다. 아베 정권이 국내의 우경화 바람에 힘입어 재집권에 성공해 평화헌법 개정과 영유권 분쟁, 엔저 유도를 얘기한다. 이 중 실질적으로 자국의 경제 상황과 직접적으로 맞닿은 것은 엔저 유도를 통한 양적완화 정책 하나에 불과하다. 나머지 공약은 재집권을 위한 수단에 불과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아베 정권이 연립정부를 약속한 공명당과 손잡고 평화헌법 개정이 가능한 과반 의석수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과거 군국주의로의 회귀를 세계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것도 진심어린 반성과 사죄 없는 방식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미국 역시 세계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 일본의 군대 창설을 막을 가능성이 높다. 내부적으로도 의식 있는 일반 국민과 야당의 거친 반발을 견뎌내야만 한다. 자칫 “돈을 찍어서라고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경제 우선정책이 발목이 잡힐 공산이 큰 것이다.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서도 실질적인 행동에 옮기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는 가운데, 동북아 긴장을 높이기에는 일본의 경기가 받쳐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영유권 분쟁 역시 자국민의 우경화 바람에 편승한 공약의 하나로 실제 행동에 옮기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아베 정권이 불필요한 외교적 긴장을 피하기 위해 신중할 것이라는 견해도 상당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와의 전략적 이익 공유를 제안한 아베 정권의 속내에서 이는 잘 드러난다. 영토와 과거사 문제로 틀어진 관계를 회복해 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독도 관련 행사는 한국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도쿄에서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더 커질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새로 들어설 박근혜 정부는 이에 대응해 시의적절하고 현명하면서도 과감한 외교 전략을 수립해 마찰은 최소화하고 우리의 이익은 극대화하는 묘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미 동북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총성 없는 외교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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