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현대' 강남서 '인사이드아웃' 전시회

▲ 아우디, 기아차 'K 시리즈'를 탄생시킨 세계적 디자이너 페터 슈라이어와 그의 작품 [뉴시스]

아우디, 폴크스바겐, 그리고 기아자동차의 쏘울·K3·K5·K7·K9….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독일의 페터 슈라이어(59)가 디자인한 자동차들이다. 기아자동차 디자인 총괄부사장인 그가 최근 미술가로 나섰다.

페터 슈라이어의 미술 작품을 담은 데뷔 전시회 ‘인사이드 아웃’이 9월 22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현대’ 강남에서 열리고 있다. 드로잉, 설치, 회화 60여 점을 선보이는데 비행기를 좋아하고 봅슬레이를 즐긴 자신의 경험을 담아낸 것들이다.

슈라이어는 “오래전부터 전시를 열고 싶었지만 일 때문에 바빴다”면서 “이번 작업은 나의 기억들을 추억하고 다시금 곱씹어보는 일기장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며 “관람객들은 나의 경험과 거쳐온 사고를 통해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슈라이어는 독일에서 20여 년간 자동차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2007년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자동차 디자이너 중 세 번째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디자인 영감의 원천은 할아버지다. 화가였던 조부의 작업실에서 유년시절 대부분을 보냈다. 그 작업실에서 모형을 구상하고 실물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방법을 배웠다. 전시장에는 유년기의 추억을 담은 작품들이 설치됐다. 1957년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동물원 모형과 드로잉 등이다.

전시회명 ‘인사이드 아웃’은 스스로 지었다. 그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는 없다. 페터 슈라이어라는 인물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려고 했을 뿐이다. 작품은 사적인 일기장과도 같은 과거의 추억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은 공항 근처에서 성장했다. 한때 비행기 조종사를 꿈꿔 1980년대 경비행기를 직접 조종하기도 했다. 그래선지 비행기나 조종사가 등장하는 작품이 많다. 빈티지 비행기에서 가져온 날개 부분에서 영감을 받은 회화, ‘알프스 방향으로’라는 의미의 ‘알펜플뤼게’란 표지판 등이 전시장에 걸렸다. 비행기 형체가 화면을 채우고 하단에 정체불명의 세 인물을 넣은 ‘세 남자’(Three Men)도 눈길을 끈다.

그가 비행을 함께한 친구인 람멜에게 바치는 초상화도 있다. 이 ‘2 파일러츠’는 하나는 푸른빛, 다른 하나는 검은빛이다. 가죽 헬멧과 산소마스크를 쓴 조종사의 모습이다. 재즈뮤지션 마일스 데이비스(1926~1991)에게 영감을 얻은 작품은 어두운 청색을 사용, 몽환적 느낌을 풍긴다.

2009년 광주 디자인비엔날레에 초청받아 선보인 ‘레스트 박스’(REST BOX)도 있다. 조선시대 정원의 원형을 간직한 담양 소쇄원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자동차 디자이너지만 자동차가 들어간 작품은 한 점뿐이다. 그는 “나는 자동차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있다. 일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미술로 없애는데, 자동차까지 그리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만 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슈라이어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해야 남보다 앞서 가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전시는 11월 2일까지다. 02-519-0800      [뉴시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