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정제마진 상승, 사업다각화 효과 기대

자료 :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유가정보

[위클리오늘=문영식 기자] 지난 3년 동안 역대최고 이익 신기록 행진을 벌이던 SK이노베이션과 S-OIL 등 정유사들이 유가가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적자가 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16년 배럴당 25달러까지 떨어졌던 유가가 꾸준히 상승하며 지난해 80달러를 넘어서자 정유사들도 이전에 없던 이익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북미 정유업체들이 생산량을 늘이고 글로벌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급락했다.

그리고 곧바로 증권가에서는 상장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OIL의 지난 4분기 실적이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달았다. 그리고 이를 반영하듯 주식시장에서도 SK이노베이션과 S-OIL 주가가 20~30% 급락했다.

정유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상장사이기 때문에 추정실적과 주가하락이 겉으로 나타났을 뿐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등 소위 정유빅4가 모두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 SK이노베이션...3분기 8359억원 흑자에서 4분기 2556억원 적자로

자료 : SK이노베이션 분기사업보고서. 단, 2018년 4분기 실적은 증권가 추정수치

SK이노베이션은 유가가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3분기 8359억 원의 분기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2015년부터 3년간 1조원 내외의 분기 영업이익을 꾸준히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유가가 하락하자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SK이노베이션이 적자가 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이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영업이익을 2556억원 적자로 추정했다. 매출액도 전분기보다 7.9% 줄어든 13조7707억 원으로 예상했다. 키움증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2712억 원의 적자를 예상했다.

1조원에 가까웠던 이익이 한 분기만에 적자로 추락한 이유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원유 재고 평가손실, 휘발유 생산마진 축소로 인한 정제마진 악화를 꼽았다. 석유사업 부문이 5900억 원에 가까운 손실을 낼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이에따라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목표주가도 27만원에서 23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 S-OIL...3분기 3157억 원 흑자에서 4분기 1676억 원 적자로

자료 : S-OIL 분기사업보고서. 단, 2018년 4분기 실적은 증권가 추정수치

S-OIL도 유가가 하락하면서 곧바로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IBK투자증권은 S-OIL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이 1676억 원 적자를 실현할 것으로 분석했다. 매출액도 전년보다 4.8% 감소한 5조5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지난 3분기에는 3157억 원의 흑자를 냈지만 한 분기 만에 이익이 4800억 원이나 줄어든 수치다.

적자 전환의 이유는 SK이노베이션과 똑같다. 국제유가 하락 때문에 정유사업 부문의 재고평가손실이 2000억 원 가량 발생하고, 정제마진도 10월 7.0달러에서 12월 4.4달러로 하락해 수익성도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정유사업 부문의 대규모 손실과 함께, 비정유 부문의 사업이익도 기대했던 것 보다 크지 않아 적자폭을 키웠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11월부터 가동된 잔사유 고도화(RUC) 설비와 석유화학 복합시설(ODC) 설비가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바람에 기대에 못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증권가에서는 S-OIL의 목표주가를 기존 14만원에서 12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 “유가 상승 및 사업다각화 노력으로 올해 반등” 자신감 내비쳐

잘나가던 정유사들이 이렇게 한 분기만에 대규모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가운데, 정유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부터는 실적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적자의 주요 원인이었던 유가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3일 중국 재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는데, 석유제품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석유수요를 확대해 유가를 끌어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재정확대가 발표된 날, 브렌트 유가는 배럴당 61.85달러로 전날보다 0.6% 올랐다. 브렌트 유가는 하루 전만해도 아시아, 유럽, 미국 시장에서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같은 날 미국산원유도 53.26 달러로 0.5% 반등했다.

이러한 유가 상승과 함께 정유사들은 그동안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자해 온 사업다각화와 생산성 증대의 효과가 올해는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 4분기 실적 추정치에 대해 “상대적으로 화학과 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에서 많이 선방했기 때문에 지난 4분기의 실제 실적은 증권가의 예측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증권가 추정치에 대해 평가한 후,

“지난해 말 잠시 주춤했던 실적이 올해 1분기부터 다시 회복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주가도 바닥을 찍고 반등 중에 있다”고 올해를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1월 초 16만6000원을 찍은 후 반등해서 24일 17만9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한편, 회사는 유가에 취약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화학과 윤활유 외에도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기대를 높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 2025년까지 약 11조 원을 투자해 생산 규모를 100GWh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확정된 투자계획의 2배가 넘는 금액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으로 회사의 사업다각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투명 PI 필름 생산 공장도 올해 가동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S-OIL도 올해는 사업다각화의 성과가 가시화 돼 유가의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OIL 관계자는 “오래전 부터 비정유 부문을 확대하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서 종합에너지화학 회사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지난해 11월 가동을 시작한 잔사유 고도화(RUC) 설비와 석유화학 복합시설(ODC) 설비가 올해 본궤도에 오르면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도 “올해 유가와 정제마진 상승 가능성이 커서 지난해 말의 부진한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후,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배터리 사업이나 S-OIL의 RUC·ODC 프로젝트 등의 수익성이 개선된다면, 올해는 정유사들이 유가변동의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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