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탈루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20일 오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정재웅 기자] 270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측이 28일 법정에서 사실상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검찰은 이날 조양호 회장에 대한 추가 기소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와 관련해 조양호 회장이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알리자 재판부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심형섭)는 이날 오후 조양호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이 아니기 때문에 피고인 출석이 의무는 아니다. 조양호 회장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조양호 회장측 변호인은 자녀들을 위해 계열사 주식을 꼼수로 매각한 혐의와 관련해 "자기주식취득도 주주 권리를 실현하는 것 중 하나"라며 "상법상 자기주식취득 제도에 비춰 적법한 절차와 관련 규정을 모두 지켰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약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조양호 회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본인이 약국을 개설한다는 것을 추호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인하대병원 이사장이기도 하니까 마침 지인 소개로 약국을 개설하도록 배려해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변호인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다투지 않겠다는 취지를 덧붙였다.

검찰은 "이르면 2~3월 조양호 회장을 추가로 기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조양호 회장이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어서 일정 조율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조양호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호소하자 "수사에 비협조적인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조양호 회장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발부하겠다"고 알렸다.

변호인은 조양호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지출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더 들여다봐야 한다며 공판준비기일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 요청을 받아들여 3차 공판준비기일을 4월8일 오후 5시에 열기로 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15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조양호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조양호 회장은 2003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트리온무역 등의 명의로 업체를 끼워넣는 형식으로 구입,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현아·원태·현민 세 자녀가 소유한 계열사 정석기업 주식을 정석기업이 비싼 값에 되사게 해 4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도 있다.

검찰은 '땅콩회항' 사건과 조양호 회장의 형사 사건 변호사 비용을 대한항공 자금 17억원으로 충당한 것은 특경법상 횡령 혐의에 해당한다고 봤다.

검찰은 또 2010년 10월~2012년 12월 조양호 회장이 약사와 이면계약을 맺고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의 한 대형약국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522억원 상당을 챙겼다고 파악했다. 조양호 회장이 약국 지분의 70%를 가지고 이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받아왔다는 것이 검찰측 설명이다.   

이에 검찰은 특경법상 사기 혐의와 더불어 재벌총수로서는 이례적인 약사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6일 조양호 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보완수사를 통해 모친과 묘지기 등을 정석기업 임직원으로 올려 급여 명목으로 20억원을 지급한 혐의(특경법상 배임)를 추가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에 한진그룹의 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제출하면서 10개사와 친족의 이름을 명단에서 빠뜨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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