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지난해 가계대출규제의 영향으로 카드사들의 카드론 이용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오히려 가계부채의 규모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카드사의 3분기 누적 카드론 이용실적이 30조1817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27조2532억원) 대비 10.7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현재 카드론 이용실적은 7개 카드사(국민, 롯데,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기준 2014년 이후 매년 성장하고 있다. 2014년 3분기 실적인 19조8555억원 이후 매년 상승세에 있다.

<자료=여신금융협회>

특히 지난해 이용실적의 경우 한 분기 당 약 10조원 가량 증가하고 있으며 4분기 실적을 감안하면 작년 한 해 카드론 이용실적은 40조원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개 카드사 카드론 평균 이자율은 5.74~23.46%였으며 신용등급별 평균 금리는 15.92%였다. 이 중 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금리가 17.15%로 가장 높았으며 현대카드의 평균금리는 14.53%로 가장 낮았다.

7개 카드사 카드론 대출 금리 <자료=여신금융협회>

문제는 카드론 대출이 1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데다 금리 증가폭이 더 컸음에도 카드론 이용실적의 증가했다는 점이다.

업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가계대출 규제로 1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탓이라고 풀이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을 도입하며 가계대출에 제동을 걸었다. 핵심내용은 상환능력이 검증된 차주들에게만 대출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지난해 상반기에 적용됐던 DTI(신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등 은행 대출 문턱이 이미 높아진 상태였으며, 내년에 적용될 새로운 예대율 규제는 은행의 입장에서 가계대출을 축소하고 예수금과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대출규제는 대출수요의 해소가 아닌 만큼 기존 대출 수요층이 1금융권에서 대출에 실패하자 상대적으로 대출 조건이 느슨한 2금융권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당장의 규제로 인해 가계대출액은 주춤했지만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카드론의 특성 상, 향후 가계부채 규모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의 가계대출규제가 풍선효과를 불러 왔다”며 “1금융권에서 대출받지 못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며 오히려 높은 금리의 이자부담만 늘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세계적인 경기불황 상황에서 규제만으로 수요를 해소하지는 못한다”며 “금융당국은 일부 전세대출이나 생계형 대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취약차주에 대한 구제책을 통해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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