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전근홍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에 앞서 3일 방한했다.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비건 특별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혁철을 언제, 어디서 만날 것인가' '내일 판문점에 갈 것인가'는 등의 질문을 받았지만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비건 특별대표는 북미 실무협상에 앞서 4일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협상 전략에 대해 논의한다.

이어 같은 날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면담을 갖고, 북미 실무협상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해 12월과 10월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차 방한했을 때도 정의용 실장을 만난 바 있다.

미 국무부는 비건 특별대표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논의의 진전을 위해 북한측과 실무협상을 하러 서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북미는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앞서 성 김 주필리핀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을 열고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한 바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실무협상을 위한 북측 대표단을 이르면 오는 4일 만날 것으로 예상되며, 장소는 전례에 따라 판문점이 유력하지만 평양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는 실무협상에서 이달말 개최 예정인 2차 정상회담에서 도출할 비핵화 로드맵과 상응조치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할 전망이다.

앞서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때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의 해체 및 파괴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한의 진전된 비핵화 조치로 우라늄 농축시설 동결이 논의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인다. 핵무기 원료인 우라늄 시설을 동결하는 것은 현재 진행중인 핵 물질 생산을 중단한다는 의미가 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통해 향후 핵 개발·고도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바 있지만, 가동중인 핵무기 생산시설 폐기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지금까지 거론된 미국의 상응조치로는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연락사무소 개설이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협상 개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대북제재 일부 해제,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이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같은 연설에서 완전한 비핵화 전에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끝낼 준비가 됐다"며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정권을 전복시킬 의도가 없다"고 강조해 상응조치로 북한의 체제 보장 쪽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그러나 비핵화 상응조치로 대북제재 완화를 강하게 주장해왔기 때문에, 양측이 이번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와 상응조치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데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 있어 보인다.

이번 협상에 북측에서는 지난달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 때 동행한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및 스웨덴 북미 실무협상에 참여한 최선희 부상이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