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제가 실망하고 있는 것은 재벌 보다는 오히려 한국 정부입니다. 국가가 제도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아 이렇게 심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재벌의 지위를 만든 것입니다.”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TV가 이례적으로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를 상대로 한 ‘인건비 삭감’과 ‘납품단가 후려치기’ 논란을 다루며 이같이 밝혔다.

현대중공업 갑질 사태가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사진=도쿄TV 방송 캡처>

도쿄TV는 방송을 통해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인 대한기업 김도현 대표와 동영코엘스 이원태 대표의 사연을 다뤘다.

현대중공업 측에 근로자 170명을 파견해온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인건비 50% 삭감을 요구했다"며 "결국 20억원 적자를 보고 문 닫았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이어 “당국에 고소고발도 했지만 돌아온 건 사업장 출입금지 등 보복 조치였다”며 “결국 우리회사 직원 170명이 전원 해고당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일로 동업자였던 친구의 죽음을 힘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나도 친구 곁으로 갈 생각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책임을 혼자라도 짊어지고 현대중공업의 횡포를 알리기 위해 1인 시위 중이라고 밝혔다.

동영코엘스는 배전반 및 전기자동제어반을 제조하는 회사로 한때 현대중공업의 ‘우수 협력업체’였다.

동영코엘스 이원태 대표는 인터뷰에서 “당초 810억원의 공사계약을 했으나 일방적으로 삭감당해 510억원만 지급 받았다”며 “결국 수 백억원을 적자를 내고 1년 만에 문 닫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세계적으로 조선업 침체기였던 지난 2015년, 현대중공업 측의 갑작스런 사재기가 있었다”며 “당시 30억원에 달하는 적자계약을 강요당했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방송에는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했던 전직 간부의 모습도 담겼다.

이 간부는 “지금껏 하청업체가 시달리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며 “이제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겠다”고 말했다.

또 현대중공업이 단가후려치기를 해왔냐는 질문엔 “모든 하청업체에게 강요했다”고 답했다.

도쿄TV는 재벌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산업구조와 허술한 법제도의 문제를 꼬집으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현대중공업의 갑질 사태가 국제적 망신과 국격 하락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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