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당선인 경제위기 해법은?

▲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9월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집걱정 덜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 이경진 기자] 2013년 박근혜 시대 5년의 시작은 희망찰 것이다. 새 정권의 출범은 늘 그랬다.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처럼 분위기가 들떴다. 이명박(MB) 대통령 출범 때는 7·4·7(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강국진입) 이륙 소리가 요란했다. 주가(코스피)는 3000을 넘어 임기 내 5000까지 갈 수 있다고 호언하기도 했다. 말이 거창했던 만큼 결과에 대한 실망도 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코스피 3000을 예고했다. ‘경제는 심리’라고 했다. 불안을 키우기 보다 희망을 말하는 것이 지도자의 숙명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희망을 말한다고 경제가 나아질리 만무하다. 박 당선인을 맞는 경제 환경은 열악하다. 집권 내내 저성장과 싸워야할 운명이다. 주가 3000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사치일 지 모른다. 주가가 3000은 커녕 아래로 곤두박질쳐 1500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을지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새 대통령 출범 때마다 ‘경제성장’ 이륙소리 요란
집값 폭락 등 악재 산적… 성공 가능성은 “글쎄”

박 당선인의 앞길에 지뢰는 널려 있다. 그 중 곧 폭발할 지 모를 위험천만한 것이 가계부채다. 부동산과 연결돼 한국 경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지녔다. 지난 5년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버블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 거품을 서서히 빼기보다는 거품을 더욱 키워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이었다. 초저금리와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는 그 산물이었다. 그러나 집값은 속절없이 무너졌고 가계빚은 1000조원을 넘어섰다. 폭탄의 시한은 짧아졌고 위력은 증폭됐다. 더욱 다루기 힘든 난제가 된 상황이다. 

박 당선인은 집권 초기부터 거품 붕괴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거품 붕괴는 곧 집값 폭락을 뜻한다. 가계부채라는 폭탄이 터지는 것이다. 경제 전체가 수렁에 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빚에 발목 잡혀 내수는 얼어붙고 가계에서 전이된 금융권 부실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도 있다.
작금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 위기의 핵심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박 당선인의 국정 운영 성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래 늘려 집값 떠받치기?

박근혜노믹스의 부동산 정책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MB노믹스의 궤도를 벗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통해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은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올해로 만료되는 취득세 감면이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취득세 감면을 연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면제도 함께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분양가 상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국회 통과가 예상된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주택을 보금자리주택이나 집값 급등, 또는 급등 우려가 있는 지역으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국회에 계류중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도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다주택자 중과는 2009년부터 올해 말까지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한 제도이다. 이에 따라 일반세율(6∼38%)이 적용돼 왔으나 새해부터 중과제도가 다시 시행되면 2주택자는 양도 차익의 50%, 3주택자 이상은 60%의 양도세율이 적용된다.

박근혜노믹스도 대체로 주택 거래를 늘려 집값을 떠받치려는 정책들이다. 가계부채 대책도 같은 궤도를 달릴 것으로 보인다. 하우스푸어 구제책으로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를 제시한 터다. 자산관리공사와 같은 공공금융기관이 공적자금으로 집 일부 지분을 사들이는 형태로 하우스푸어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박 당선인은 또한 ‘보편적 주거복지’를 강조한다. 집값 부양도 하면서 서민주거 안정도 꾀하겠다는 것이다. 매년 건설임대 7만가구, 매입전세임대 4만가구, 전세자금 융자 18만가구 등 45만가구의 주거를 지원한다는 공약이 이에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유휴 철도부지에 임대주택과 기숙사 20만가구를 공급하는 ‘행복주택 프로젝트’가 있다. 국유지라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이 가능하며 역세권인 만큼 수요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무주택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도 있다. 전세금이 없는 세입자를 위해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금융권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내는 방식이다. 집주인에겐 세제 혜택을 준다. 저소득층이 내는 월세를 정부가 지원하는 주택임대료 보조제도(주택바우처)도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실현 가능성도, 기대 효과도 미지수

규제 완화가 반짝 효과를 낼 수는 있을 것이다. 올해에도 한시적 취득세 감면으로 주택 거래가 반짝 증가하는 효과를 본 터다.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도 주택거래 증가 효과와 함께 민간 임대주택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규제 완화를 근본적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 장기불황의 터널에 진입한 터에 규제 완화만으로 집값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시중은행장들도 걱정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장들은 지난달 21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해 가계대출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연체율이 상승하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최근 은행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94%로 2006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하우스푸어 지원책으로 제시한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도 논란거리다. 결국 공적자금으로 하우스푸어 주택의 일부 지분을 사들인다는 것인데 개인의 투자 실패를 정부가 구제해주는 꼴이다. 빚진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는 등 문제점이 적잖다. 더욱이 매입한 주택 지분이 부실화할 경우 그 손실을 혈세로 메워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재정악화 가능성마저 안고 있는 것이다.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약간의 세제 혜택을 받는다고 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위해 자기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기 십상이다. 철도부지에 임대주택을 짓는 방안도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수요 측면만 봐도  소음과 진동 문제가 현실적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결론적으로 박 당선인의 공약만으로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MB정부 남긴 숙제 변수

자본주의 경제 발전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거품은 필연이다. 생산성이 치솟는 분야에 자본이 몰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생산적이지 않은 분야에 비합리적 동기로 돈이 몰리면서 지나친 거품을 일으키는 경우다. 터질 경우 경제시스템 자체를 망가뜨릴 정도라면 제어가 필요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난 10년 한국의 주택시장엔 브레이크가 없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갖은 억제책을 썼음에도 뛰는 집값을 잡지 못했다. MB정부 들어서 거품을 서서히 빼며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했으나 5년 내내 부양책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 거품은 더욱 부풀면서 폭발력을 키웠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MB정부가 남긴 난제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처지다.

상황은 악화하는 흐름이다. 장기불황은 최대 악조건이다. 가계소득이 늘어야 빚을 갚아나가면서 가계부채 부담도 점차 줄고 부동산 시장도 숨통이 트일 텐데 이런 정공법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급속한 고령화는 중대 변수다. 2015년 이후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초고령화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수급 악화로 주택가격 하락과 소비위축의 악순환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에 따라 저출산 고령화 충격이 본격화하는 2015년 이전에 어느 정도 거품을 빼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미리 거품을 줄여놔야 주택시장을 강타할 고령화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부양책은 사실 한계에 다다랐다. 가계부채를 늘리는 것도, 빚으로 주택시장의 거품을 키우는 것도 무한정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런 흐름과 함께 주택시장에 적용되던 법칙도 깨졌다. 오래된 아파트는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개발이익은 한계에 달했다. 고층 아파트를 다시 지어봐야 가구 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게다가 아파트값을 치솟게 했던 레버리지(빚의 지렛대) 효과는 이제 반대로 가격 추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주택 투자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 사이클 순환이 아니라 패러다임 시프트이다. 정책도 집값 부양보다는 거품빼기가 핵심이다. MB정부에서 폭발력을 키운 가계부채 폭탄이 박근혜 정권에서 폭발할는지 모른다. 400조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오늘도 ‘시한폭탄’처럼 재깍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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