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정재웅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26일 구속후 법정에 처음 출석해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이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24일 구속된 지 33일만이다.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25일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이날 재판장이 재판 개입 관련 공소사실에 대해 묻자 "(김앤장 변호사와) 만난 사실 자체는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집무실에 오게 된 연유는 이 공소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향후 공방을 예고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에 유리한 기사초안을 작성해서 언론사에 제공하게 한 혐의에 대해서도 "그런 정도 사실은 대법원장에게 보고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공보관실 예산을 법원장들의 격려금으로 사용한 부분 역시 "예산 관계는 대법원장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서 그런 내용을 모른다"며 "대법원장의 격려금이 지급된다면 그럴 수 있는 명목이 있어서 지급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역시 혐의를 부인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19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보석을 청구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구속된 이후에 특별히 따로 진료받은 적이 없고, 또 지금 특별히 이상을 느끼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은 20만쪽이 넘는 수사기록 검토를 위해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이 담긴 보석청구서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검찰은 피고인이 만약 보석으로 불구속되면 이 사건 참고인인 전·현직 법관들 진술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분들이 상당한 압박감을 받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며 "그것이 상식적으로 경험칙에 의해도 사건관련자들의 진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납득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변호인이 내세운 근거 사유만으로는 보석을 허가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맞섰다.

검찰은 "구속영장 발부 이후 구속 사유와 관련된 아무런 사정 변경이 없다"며 "피고인이 수사 및 구속전 피의자심문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하급자에게 책임을 전가해 증거인멸 우려로 영장이 발부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오늘 보석 심문에서도 일관되게 부인하는 점을 고려해도 구속 이후 피고인에게 보석을 허락할 사정변경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은 한정된 구속기간내 구치소에서 방대한 기록 검토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하나 실제 어려움이 있어도 보석사유가 될 수 없다"며 "다수의 수감자들도 증거기록 검토에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데 그런 사정들에 의해 보석이 허가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는 이외에도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비밀누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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