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위클리오늘=박재상 기자] 지난해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을 공격해온 다국적 헤지펀드 엘리엇이 또다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독이 든 사과'를 제안했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견을 명확히 하고,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이사회의 투명성·전문성·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발표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1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무려 7조원 규모의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 주주제안을 해왔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에 보통주 기준 배당금 4조5000억원과 2조5000억원을 각각 요구했다. 이는 주당 2만1967원, 2만6399원 배당에 해당하는 액수로, 현대차와 모비스 사측이 제시한 주당 배당금 4000원의 5~6배 수준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올린 당기순이익은 1조6450억원으로, 엘리엇의 배당요구는 순이익의 353%에 이른다.

엘리엇은 이와 함께 현대차에 3명, 모비스에 2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각각 제안했다.

업계는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가가 하락한 데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현대차그룹에 무리한 제안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엘리엇은 두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한 지난해 4월이후 현재까지 주가 하락으로 3400억원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가능성은 낮지만 엘리엇의 배당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엘리엇은 배당금으로 단번에 2000억원이상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재계 관계자들은 엘리엇의 과도한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제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엘리엇이 단기 투자 차익을 챙기고 지분을 모두 팔아버릴 경우 심각한 국부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에 불과한 지분을 가진 엘리엇이 사외이사 선임 요구를 한 것 역시 상식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 주식을 각각 3.0%, 2.6%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분을 투자해놓고 회사에 이익 범위를 넘어서는 배당을 하라는 요구가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시장이 올바로 판단할 것"이라며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엘리엇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다음달로 예정된 주주총회 전까지 주주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차 주주총회는 다음달 22일 현대차 양재사옥 대강당에서, 모비스 주총은 같은 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현대해상화재보험 대강당에서 각각 열린다.

현대차와 모비스 이사회는 26일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내고 "배당 안건은 회사의 투자 확대 필요성 등을 감안하지 않은 안건으로,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 이사회는 "배당 총액 4조5000억원은 지난 5년간 회사의 배당 총액을 웃돌며, 우선주 배당금까지 고려할 때에는 배당 총액이 약 5조8000억원으로 증가해 지난해 당기 순이익을 큰 폭으로 넘어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모비스 이사회 역시 "2조5000억원 배당은 회사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저해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엘리엇의 사외이사 요구에 대해서도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인정될 여지는 있으나, 각 후보자들의 경력 전문성이 특정 산업에 치우쳐 있고 이해 상충 등의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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