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관객도 “CGV 아웃”을 외칠 수 있어

 

[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언젠가 관객도 'CGV 아웃' 외칠 수 있어"

많은 화제 속에 오늘 개봉한 영화가 있다. 독립영화 ‘칠곡 가시나들’이다.

이 영화는 경북 칠곡군에 사는 팔순 할머니들이 뒤늦게나마 한글을 깨우쳐 자신을 표현하고 시를 짓는 과정 등을 다룬 드라마다.

한글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연세 많은 학생들 사이에 나눠지는 정이 곳곳에 묻어난다.

이 때문인지 영화는 ‘CGV 골든에그지수’에서 99%를 기록할 만큼 호평을 받았다. 골든에그지수는 영화를 실제 관람한 고객이 평가한 지수를 말한다.

최승호 MBC 사장은 “할머니들의 꾸밈없는 모습과 좋은 시를 감상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평가했다.

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는 치유의 영화이자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막 개봉한 이 영화가 세간에 주목을 받은 이유는 정작 다른 데 있다. 그간 김재환 감독과 CGV와의 갈등이 표면화 됐기 때문이다.

영화를 만든 김 감독은 ‘트루맛쇼’, ‘MB의 추억’, ‘쿼바디스’, ‘미스 프레지던트’ 등의 작품을 통해 ‘다큐멘터리 꾼’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 24일 김 감독은 CGV 배급망을 통해서는 ‘칠곡 가시나들’을 절대 상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 감독은 CGV가 전국 상영관 중 단 8개에만 해당 영화를 배급했단 것과 이마저도 손님이 드문 오전과 밤늦은 시간에만 간헐적으로 상영하는 이른바 ‘퐁당퐁당 상영’을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CGV 아트하우스’가 투자·배급한 독립영화 ‘어쩌다, 결혼’은 비슷한 제작비용이 들었지만 95개 극장, 140개 스크린을 배정받았다”며 거대기업의 횡포를 문제 삼았다.

반면 CGV 측은 “영화관은 관람객이 보고 싶어하는 기대작, 현재 인기몰이 중인 흥행작에 우선 스크린을 배정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27일은 ‘칠곡 가시나들’뿐만 아니라 10여 편의 영화가 동시에 개봉한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평소 CGV가 ‘CGV아트하우스를 통해 독립·예술 영화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홍보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직접 투자한 영화와 비교해 일반 독립영화는 스크린 할당이 적은 경우가 많고 그나마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CJ그룹 계열사인 CGV는 40%에 육박하는 국내 스크린 점유율과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에 있어 그야말로 독보적인 기업이다. 아울러 전 세계 406개 지점, 3066개 스크린을 보유한 세계 5위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CGV라는 거대기업을 향해 던진 김 감독의 '달걀'은 단순히 독립영화를 만드는 한 개인의 외침에 그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김 감독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CGV, 넌 내 인생에서 아웃!”이라고 외쳤다.

이어 “투자 배급과 극장의 고리를 법으로 끊어주면 좋겠지만, CJ를 사랑하는 국회의원들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정치권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특히 그가 말한 “업계에서 가장 힘센 자가 최소한의 금도를 지키지 않고 돈만 쫓을 땐, 교만의 뿔을 꺾어 힘을 분산시킬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적극 동의한다.

“CGV의 환대에 저도 쌉싸름한 선물로 보답하고 싶다”며 업계의 냉혹함을 정면으로 비꼰 김 감독의 항거에 응원을 보낸다.

CJ와 CGV에 전한다. 김 감독의 외침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 문화 컨텐츠를 생산하고 보급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CGV에 제기된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개선하길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김 감독 개인을 넘어 대한민국 관객이 “CJ CGV, 우리 인생에서 아웃”을 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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