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언론, 스페인 및 외국 정보기관 협조 가능성 제기

[위클리오늘=조원호 기자] 북미 정상회담의 북한측 실무책임자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2년전까지 대사로 근무했던 스페인 마드리드 북한대사관에서 괴한 침입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사건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스페인 현지 온라인 매체 엘 콘피덴시알에 따르면, 주스페인 북한대사관은 27일 오전(현지시간) 한 외교관의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마드리드에 있는 우리 대사관에서 발생한 도난사건에 대한 관심과 걱정에 감사한다"는 말로 보도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우리 스태프들은 모두 괜찮다"고 덧붙였다.

북한 대사관측은 26일까지도 확인요청에 "말할 시간 없다. 우리를 그냥 내버려두라"며 확인을 거부했다.

엘 콘피덴시알은  경찰이 현재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이 김혁철 대표가 대사로 재직하던 곳이라는 점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김혁철 전 대사가 지금은 북미 실무협상을 이끌고 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큰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스페인 정부가 2017년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에 대한 항의로 김혁철 당시 대사를 추방한 사실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누가 사건을 저질렀는지 알아내기 위해 현재 주변을 탐문 수사하고, CCTV 영상도 분석하고 있다. 엘 콘피덴시알은 스페인과 외국 정보기관들의 협조 가능성도 제기했다.

사건은 지난 22일 발생했다. 몇명의 남성이 마드리드 외곽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 들이닥쳐 직원 전원을 결박하고 약 4시간동안 점거했다. 한 여성이 몰래 빠져 나와 한국말로 고함을 치며 이웃에 도움을 청했고, 이웃은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대사관에 출동했고, 문을 두드리자 한 남성이 나와 '별 일 없다'고 말하고 경찰을 돌려보냈다. 이 남성은 가슴에 김정은 배지를 달고 있었다고 엘 콘피덴시알은 경찰을 인용해 전했다. 하지만 이는 김정일 배지를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문을 열었던 남성이 대사관 직원인지, 아니면 범인이 김정일 배지를 달고 대사관 직원인 척 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경찰이 밖에서 계속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동안 대사관 문이 열리더니 범인들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탄 자동차 두대가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췄다. 잠시 후 대사관 직원들이 밖으로 나왔다. 이중 일부는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범인들은 컴퓨터 여러 대를 훔쳐 달아났다. 이에 따라 컴퓨터 안에 들어있는 정보를 노린 것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