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침묵 모드…칼자루 쥔 현대차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현대자동차와 카드사 간 갈등이 자동차산업계와 금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치’ 논란으로 입지가 좁아진 금융당국이 ‘방관자’로 돌아서면서 카드사만 곤란을 겪게 됐다.

때문에 이번 수수료 인상안은 결국 카드사에 불리한 국면으로 치달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4일 현대차는 5개 카드사(신한·KB국민카드·삼성·롯데·하나)에 10일부터 가맹점 계약해지를 통보하며 유예기간 7일 동안 재협상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유예가 끝나기도 전에 BC카드사에도 14일부터 가맹점 계약 해지를 통보해 사실상 우리카드와 IBK기업은행 등 BC카드의 타 회원사들도 계약해지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의 '침묵' 속에 甲 현대차의 일방적 해지통보가 이어지자 여신금융협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이하 카드노조)가 입장문과 성명서를 발표하며 현대차를 비롯한 대형가맹점에게 카드수수료 인상안 수용을 촉구했다.

이는 수수료 인상이 일방적이라며 현대차 주장을 부수해온 한국자동차협회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산업권과 금융권으로 그 갈등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번 수수료 인상을 두고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4%에 그치는 등 자동차 업권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며,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이 근거가 희박한데다 일방적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조달금리 하락과 연체율 감소 등 수수료 인상근거가 없다”며 “카드사가 일방적 수수료 인상을 강행한다면 현 자동차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수수료 인상을 반대했다.

반면, 카드노동조합과 여신금융협회 등은 현대차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근절을 촉구하며 카드사의 입장을 담아 성명서를 발표했다.

7일 여신금융협회는 이번 수수료 인상안이 정부가 발표한 가맹점수수료체계 개편안에 근거한 것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수수료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방안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존 대형가맹점이 수익자 부담 원칙을 무시하고 거래상 우월적 지위로 적정 수수료보다 낮은 수수료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카드노조들 역시 공동 성명서를 내고 현대차를 비롯한 대형 가맹점이 수수료 인상안을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카드노조는 이번 해지 통보가 '소비자를 볼모로 한 갑질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카드노조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은 그간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성장해 온 만큼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는 차원에서 수수료 인상안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노조는 일방적인 해지 통보가 정부와 금융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에서 비롯됐다며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위반 시 처벌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인데도 불구, 금융당국은 이 모든 과정이 제도 정착을 위한 과정이라며 사실상 손놓고 있다는 점이다.

7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019년 업무계획' 발표 후 기자간담회에서 "카드 수수료 개편안 취지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 마케팅 비용의 공정한 배분"이라며 "새로운 수수료 적용 과정에서 카드업계와 대형가맹점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지만 협의를 거쳐 잘 조정되길 기대한다"고 개입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에 금융업권은 이번 카드 수수료 갈등은 결국 칼자루를 쥔 현대차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개입의사를 고사한 이상 현대차를 통제할 방안은 사실상 없다”며 “최종적으로 현대차가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빠르면 주말에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관치' 논란으로 침묵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서 카드사가 내밀 수 있는 ‘패’는 수수료 인하 뿐”이라며 “결국 수수료 인상률을 낮추는 것으로 협의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다른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금융관계자 역시 “현대차가 칼자루를 쥐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의도나 대중들의 불편을 모두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현대차 역시 한발 양보하는 선에서 이번 수수료 갈등을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 지으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갈등의 원인을 두고 “금융위에서 수수료 인상안을 두고 관망한 것은 ‘관치’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겠지만 결과적으로 갈등을 증폭시킨 셈이 됐다”며 “향후 새로운 정책에서는 보다 신중하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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