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장욱진 화백 작품…‘풍경’과 ‘아이와 집’

매입해주겠다 가져간 작품 대금 안주고, 경매사이트에 그림 나와

본 기자는 지난해 해당 사건 발단에서부터 고소인 이씨를 비롯, 피고소인 박모씨 자택 방문 취재와 해당 경찰서의 미온적 수사 과정을 밀착취재를 해왔다.

앞으로도 검·경찰 수사결과와 사법당국 판단을 면밀히 살펴보고 만약 미술품 경매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그 민낯을 추후 보도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위클리오늘=김성한 기자] 천경자 화백의 채색화 ‘풍경’과 장욱진 화백의 유화 ‘아이와 집’이 ‘사기’ 사건에 휘말린 가운데 경찰의 수사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기독교 재단이 작품을 매입하기로 했다며 미술품 위탁판매 에이전트 이모(52·여)씨로부터 작품을 인수한 일당이 대금을 수개월째 지급하지 않아 사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지난해 10월19일 에이전트 이씨가 박모(49·여)씨 등 4명을 사기 혐의로 고소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12월4일엔 내용을 보강해 재차 고소장을 접수했다.

<본지>가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피고소인 박씨 등이 고소인 이모씨가 위탁 판매 중이던 천 화백과 장 화백의 작품들을 기독교 재단에서 매입하겠다며 가져가 약속한 대금 2억9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박씨가 지인 중에 수백억원대 자산가 등 미술품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사람이 많다며 지난해 8월14일부터 주도적인 바람잡이 역할로 이씨에게 접근했다.

특히 박씨 일당 중 오모(남·75)씨는 목사 신분으로서 한 기독교재단 갤러리에 전시할 작품을 구매 중이라서 대금을 지급할 것이라며 고소인을 속이고 기망했다.

이밖에 조모(60대 추정)씨와 원모(40대 추정)씨는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운영하는 것처럼 속이고, 고가 작품을 구매하더라도 지불 능력이 있는 것처럼 박씨를 앞세워 고소인을 속였다.

이처럼 박씨는 일당들을 차례로 소개한 후, 기독교 재단을 앞세워 작품을 가져가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결국, 피고소인들은 고가 작품을 구매 대금을 지급할 것처럼 고소인을 기망해 천경자, 장욱진 작품 2점을 가져가고도 작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박씨 일당에게 넘어간 두 작품은 올해 초 한 경매 사이트에 나왔고, 작품을 최종적으로 사서 경매 사이트에 올린 사람 A씨와 작품을 사기당한 원 소유자 B씨는 서로 아는 사이였다.

A씨와 B씨의 공조로 중간 거래자의 신원이 즉각 확인됐다.

하지만 문제는 피해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해당 경찰서의 미온적인 수사진행으로 사건이 답보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이씨는 작품 주인과 함께 변호인을 통해 피고소인의 조사를 경찰에게 촉구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해 보인다.

이씨는 “해당 고소장은 모든 증거자료를 갖고 사실로 작성했다”며 “적극적인 수사요구에도 경찰의 대응은 오랫동안 미온적이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경찰은 “현재 다루고 있는 수사만 해도 30건이다. (그래도) 해당 사건을 이제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피고소인이 협조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소인들은 경찰의 수사 방법을 잘 알고 있고, 갖가지 이유와 핑계로 조사를 미루고 있다”며 “(우리도) 답답한 입장이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이씨는 “현재 작품을 가진 사람과 작품의 원래 주인이 아는 사이라 소통이 잘 되고 있고, 경찰 수사만 적극적이면 사건 해결은 시간문제다”며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엄중한 수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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