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보상부서 KPI(핵심역량평가) 운용 ‘탓’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 보상부서 배점 할당 ‘유일’

여타보험사 “보상부서 사기적발 핵심업무 아니기에 KPI 운용 안함”

[위클리오늘=전근홍 기자] # 40대 주부 김씨는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관계로 보험 가입 대상자가 될 수 없다. 그러나 3개월 전 A보험사 설계사로 일하는 고교 동창의 권유로 매월 20만원을 납입하는 ‘건강보험’ 상품에 가입했다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해당 상품의 경우 생명·손해보험 성격을 모두 포함한 ‘제3보험’이다.

특히 일반상해로 인한 후유장해 시 등급에 따라 담보 가입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데, 등산을 하다가 생긴 오른쪽 팔의 골절로 수술을 받고 60%가량 운동장해가 생겨 1억원 가량 보험금을 받게 됐지만 보험사기로 고소를 당했다.

즉각 A보험사 보상심사(손해사정) 담당자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보험사기’란 것.

김씨 주장에 따르면, A보험사 보상담당자는 “애초에 우울증 약 복용 여부를 고지하지 않아 조건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면서 “청구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하는 것이 서로 간에 이득이 되는 일이다”며 회유했다.

보험업계 안팎에선 이런 행태가 벌어지는 이유로 보상부서까지 보험사기 적발 ‘핵심역량 평가지표(KPI)’를 설정해 두고 삭감 및 부지급 하도록 내부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금융감독원에서 ‘위탁손해사정사’에게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부지급, 삭감 등의 성과지표 운용의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어 이와 유사한 보상부서까지 내부 KPI 운용 방침을 세울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보험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형 생명·손해보험사들 중 보상담당부서의 보험사기 적발 핵심역량평가(이하 KPI) 배점을 운용 중인 회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단 3곳이다.

삼성생명의 보험사기전담부서(SIU)와 지급심사부서의 보험사기적발 ‘핵심역량 평가지표(KPI)’<자료=금융감독원>

우선 보험사가 운용중인 보험사기 전담 부서는 통상 보험사기 조사 전담팀(SIU: Special Investigation Unit)으로 칭해진다.

이들의 업무는 보험금 지급심사(보상부서)에서 보험사고 정보조회 시스템(ICPS: Insurance Claims Pooling System)을 통해 적발한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청구와 부당청구 건을 제보 받아 기획조사 후 사법당국에 고소·고발을 진행하는 것이다.

금감원이 제윤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엔 생명보험업계 중 삼성생명이 유일했다. 이들은 간혹 불거진 FC(설계사)와 연계된 보험사기 청구 건에 대해 ‘5~10점’ 가량 KPI 점수를 부여했다.

보험사기 전담부서의 적발과 수사연계 사안에 대한 배점이 ‘최대 20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작은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경우 설계사와 연계된 보험사기 청구 건이 증가함에 따라 최초 심사 단계에서 이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손해보험사들은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이 보험사기 적발과 관련, 보상부서에서 KPI를 운용중 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손보사인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의 보험사기전담반(SIU)와 보상부서(장기, 자동차)의 사기적발 KPI 배점표<자료=금융감독원>

삼성화재는 장기보장성 보험에서 ‘15점’의 성과 점수를 부여했고, 자동차보험에서 ‘3점’을 할당했다.

이들의 보험사기 전담 부서(SIU)의 배점을 보면 ‘적발환수’ 항목의 KPI점수가 ‘15점’ 수준인 것으로 조사돼 작은 규모는 아니다.

DB손보의 경우 고지의무 위반, 고의사고와 연계된 보험사기 항목에 있어 장기보장상품은 각 ‘5점’과 ‘6점’을 부여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고지의무 위반으로 적발된 청구 건에 한해 ‘12점’을 할당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대형손보사 중 유일하게 삼성화재와 DB손보가 보상부서의 KPI점수를 운용 중인데, 당연면책 즉 고지의무와 과다청구와 관련된 사안을 점검키 위해 운용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금을 청구하면 처음 청구한 병원기록을 검토하는 곳이 보상담담부서인데, 이들에게 보험사기를 적발토록 목표를 설정한단 것은 자연스레 부지급 삭감 등을 위한 행위를 하도록 유인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또 “KPI를 운용 중인 보험사가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보 뿐이라는 것은 이런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한 여타보험사의 자구적인 노력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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