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지 같은 그녀의 당찬 도전

연예계에서 신인의 데뷔는 별일이 아니다. TV 브라운관과 영화 스크린에는 신인 배우가 넘쳐난다. 그러나 연극 <무협>으로 이제 막 필모그래피의 첫 번째 줄을 채운 신인 박지혜(21)의 데뷔는 ‘별일’일 것 같다.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신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끼와 순발력, 강단, 긍정적인 마인드다. 낯설고 어려웠을 첫 데뷔를 마냥 명랑하게 설명하는 그녀의 눈에서는 스물한 살의 패기와 천진함이 동시에 스쳐지나간다. 자신의 도화지에 새로운 색을 칠하기 시작한 그녀가 어떤 그림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올지 사뭇 기대가 된다.


 연극 <무협>에 출연한 신인 박지혜.


배우는 ‘천의 얼굴’을 가지고 산다. 다시 말하면 천의 얼굴로 천 가지의 인생을 보여주는 직업이 바로 배우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와 동화되기 위해 표정과 몸짓, 말투 등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한다. ‘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연기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신인 박지혜 역시 그런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신인답지 않은 강단 있는 성격과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열정 덕분에 제작자의 눈에 띄어 연극 무대 위에 설 수 있었다. 

그녀는 아직은 풋풋한 신인이지만 자신 속에 감춰진 다양한 모습을 꺼내어 안정감 있게 표현할 줄 아는 배우다. 수줍은 소녀의 모습부터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신비함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앞으로 다양해질 연기스펙트럼이 기대된다.

박지혜는 인터뷰 내내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면서도 연기욕심만큼은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앞으로 맞이하게 될 작품마다 각각의 캐릭터로서 살아 숨 쉬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고정된 이미지나 역할에 묶이지 않고, 어떤 역할을 해도 마치 그 사람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로 대중에게 각인되고 싶다”고 다부진 포부를 드러냈다.

그녀는 그간 희곡 대본을 수시로 읽고 여러 작품 속 역할들을 분석하는 등 연기연습을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이론’은 ‘실제’와 달랐다. 매 순간 부딪히는 연기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더 굵은 땀과 배움의 열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깨달았다. 선배 배우들의 연기와 조언을 거울 삼아 스스로를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연기자 박지혜’의 굄돌을 하나씩 만들어가기로 했다.

그녀는 “스타특강쇼에서 이순재 선생님의 ‘드라마나 영화의 자기가 등장하는 신(scene)뿐 아니라 자신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신을 지켜보는 것도 연기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며 “이번 연극을 준비하면서 이 말을 여러 번 되새김질하며 매순간 마음가짐을 다잡고 선배들의 연기를 보고 배운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다부진 어조로 말했다. 진짜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기본부터 착실히 닦을 줄 아는 박지혜는 참으로 기특한 신인이 아닐 수 없다.

그녀에게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사탕가게 앞의 소녀처럼 망설이더니 “아이 역할에서부터 노파 역할까지 다양한 역할, 장르를 불문하고 전혀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소화해내고 싶다”며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스물 한 살만이 가질 수 있는 발랄한 에너지로 무장하고 있는 박지혜. 자신의 목표이자 바람처럼 ‘연기파 배우’를 향한 그녀의 발걸음은 작지만 힘차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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