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교보생명 FI(재무적 투자자)들이 풋옵션 행사를 놓고 중재신청을 결정하면서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이 바람 앞에 놓인 등불이다.

금융권에선 신 회장의 경영권 방어와 시장가치 하락에 따른 기업가치를 두고 잡음이 무성하다.

일단 경영권 방어는 가능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지만, 올해 교보생명이 계획한 IPO(기업공개)를 비롯한 일정 차질과 기업가치 하락 등의 악재가 겹칠 것으로 전망돼 향후 풋옵션 행사 과정을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신 회장을 대상으로 풋옵션 행사를 놓고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 신청을 결정했다.

현재 신 회장 측은 최후까지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풋옵션 가격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협상 타결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업권의 중론이다.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17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중재 신청은 언제든 철회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중재 신청이 철회되지 않더라도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며 “파국을 막기 위한 협상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풋옵션 행사를 둘러싼 신 회장과 FI 간 갈등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지분 매각 의사를 밝히며 시작됐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지닌 교보생명의 지분 24%(약 492만주)가 매각될 상황에 처했으며 그에 따라 신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교보생명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어퍼니티컨소시엄을 FI(재무적 투자자)로 끌여들여 24%의 지분을 매수하게 했다.

이때 체결한 것이 3년 안에 IPO(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 개인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계약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약 3년 간 기업공개를 미뤘고 결국 FI 측은 지난해 10월께 풋옵션 행사를 선언한다.

이에 신 회장 측은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를 목표하고 준비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FI 측의 결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신 회장은 이를 막기 위해 FI 측에 여러 차례 협상안을 보냈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이번 갈등의 쟁점은 지분에 대한 가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2012년 계약 시 신 회장과 FI는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가격을 명시하지 않고 시장 내 적정한 가격으로 규정했다.

FI 측이 풋옵션 의사를 밝히며 제시한 주당 가격은 40만9000원이다.

신 회장 측은 보험사의 가치가 하락하는 시점인 만큼 터무니없는 금액이라 반발하며 주당 20만원을 적정가로 제의했다.

양측이 제시한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시점의 문제다.

이번 가격 산정의 핵심은 주가가 순자산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인 PBR(주가순자산비율)인데 풋옵션 행사를 밝힌 10월을 기점으로 보험사의 시장가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FI 측은 분기 보고서가 확정된 시점인 6월30일을 기점으로 상장된 생보사인 삼성생명(0.85배)과 한화생명(0.68배), 오렌지라이프(1.05배) 세 곳의 평균 값인 0.86배를 적용했다.

같은 시점의 자기자본인 9조6031억원을 적용하면 약 2조 가량의 금액이 산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신 회장 측은 현재 각 상장 생보사의 PBR은 삼성생명(0.56배), 한화생명(0.36배), 오렌지라이프(0.77배)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으며 그마저도 오렌지라이프는 사업구조가 달라 참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재 보험사의 시장가치가 하락했음을 고려할 때 주당 20만원 선인 1조 가량의 금액이 적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FI 측은 풋옵션 이행을 위해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 신청을 결정했으며 이로인해 교보생명이 올해 계획한 기업공개 일정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

현재 교보생명 측은 “사적계약인 만큼 당사자들 간에 협의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하며 “중재 과정을 통해 이번 문제를 원만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 이번 풋옵션 행사를 두고 60년 간 오너사였던 교보생명의 ‘주인’ 자리가 바뀔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재절차를 통해서 행사 가격은 조정될 수 있지만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이 시급한 시점인데 신 회장에 자금력이 충분치 못할 것이란 것이 그 근거다.

이 자금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기업공개인데 중재안 신청으로 기업공개 일정이 미뤄지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자금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한 금융관계자는 “당초 FI들은 IPO를 통한 주식 가치의 상승을 기대했지만 IPO가 이뤄져도 보험사들의 시장가치가 하락해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 풋옵션을 행사했을 것”이라며 “협상 타결 가능성은 매우 낮고 결국 가격중재를 통해 풋옵션 행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 회장은 자금마련을 위해 보유지분을 팔던가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게 된다면 우호지분을 고려할 때 경영권 방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고 중재 과정에서 기업공개가 미뤄질 것이기에 교보생명에 악재로 작용할 것은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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