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 북한 유엔대표부 대사.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전근홍 기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의 주요 대사들이 최근 한꺼번에 귀국길에 오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재룡 주중국 북한대사, 김형준 주러시아 대사,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 등은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을 통해 평양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대사는 북한의 주요국, 대표부 대사들로 한번에 평양에 귀국하는 일은 드문 것으로 평가된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 해외대사 중에서는 이들이 '톱3'에 들어가는 인물들"이라며 "3명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은 "모든 북한 대사들이 움직였다면 대사급 회의일 수 있으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면서 "김정은 시대 이후에 대사급 회의가 있었지만 아직 정례화된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2015년, 2017년, 2018년 세차례 평양에서 대사회의(우리의 공관장 회의)를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9월9일 정권수립 70주년을 2개월정도 앞두고 대사회의를 주재한 바 있다.

아울러 이들의 귀국이 4월초로 예상되는 제14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 개최에 초점이 맞춰졌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우리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해당하는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통해 대의원을 선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제13기 최고인민회의 전례를 감안할 경우, 제14기 대의원 명단에 있는 지재룡·김형준·김성이 각각 주중, 주러, 주유엔대사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중대사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최고인민회의 당연직 대의원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14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계기로 북한의 대외 메시지가 발신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이들 대사를 불러들여 대외 메시지를 수립하는 작업을 진행하지 않겠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주요 우방국가 대사들의 움직임인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에 대한 메시지가 조정되는 것 아니겠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임으로써 이를 지렛대삼아 교착국면을 돌파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단은 (대사들 움직임이) 최고인민회의의 일환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최고인민회의를 겸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대내적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본다. 대내적 메시지는 대외적 메시지와 같이 갈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동엽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미국과 진전이 없는 것에 대한 (내부적인)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등을 통한 다원화된 방법으로 국면을 돌파하려는 메시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메시지 차원으로도 대사들 움직임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북미 교착 국면에서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사들이) 북한의 대응 지침을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하달받으려고 온 것일 수도 있다"면서 "더 지켜봐야겠지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나 러시아와 관련한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최고지도부의 특이동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북러·북중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부의 결단이 곧 있을 것이라고 하면 중국이나 러시아에 먼저 통보할 것"이라며 "그런 징후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주요 대사들의 움직임과 관련해 "북한의 의도와 관련 동향에 대해서 특별히 말할 것이 없다. 관련 사안을 주시해보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