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토론회

▲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남북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은 26일 "북한이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 모두발언에서 "하노이 미북회담 결렬이후 한달이 지나면서 여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동안 비핵화라는 기계는 남북, 한미, 미북의 세 가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톱니바퀴들 중 어느 것 하나 단단하지 못했고,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지도 못했다"고 평가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3자 모두 그렇지 않은 척했지만, 한 가지 핵심적인 문제 앞에서 이 톱니바퀴들의 취약함이 결정적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한반도의 완전 비핵화'라는 원칙"이라고 지적한 뒤 "비핵화에 관한 정의에 있어서 북한, 한미 양국의 기본 입장이 확연히 다르다. 북한은 미국의 핵우산을 철폐하고 한반도 주변의 비핵화지대를 목표로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하자는 저의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북핵의 CVID식,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가 아니라 사실상 북핵 활동 동결 '플러스' 미국 핵우산의 제거로 이해해 왔던 것"이라며 "이는 1991년 김일성 주석이 주장하던 비핵화 개념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북한의 과거, 현재, 미래 핵 능력의 전면 폐기로 이해한다는 것을 북한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여기에 합의한 것은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위기를 모면하고 이 모호한 표현을 통해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협상의 완전 결렬은 실망스러운 결과임에 틀림없지만,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김정은 위원장의 이해와 의도가 분명해졌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꼭 실망할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연락사무소 철수 논란에서 보는 것처럼 북한은 당장은 강경한 자세를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선 북한이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모종의 도발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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