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올해 상반기 채용이 시작되면서 채용비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은행들이 은행고시부터 면접 위탁까지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이 채용비리라는 얼룩을 씻어내고 공정성을 회복 할 수 있을지 그 귀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각 은행들의 상반기 채용일정이 공개 및 진행되고 있다.

가장 먼저 채용일정을 공개한 기업은행은 지난달 15일에 서류전형 지원을 마감했으며 금융영업 직군과 디지털 직군에서 각각 195명, 25명씩 총 220명의 신입행원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서류 전형에서 기업은행이 신경을 쓴 부분은 블라인드 채용이다. 이번 지원서에는 출신, 성적, 자격증 등의 기입란이 없다.

예외적으로 디지털 부문 지원자는 자격증을 기입해야 하지만 그 외 다른 요소를 제하고 오직 자기소개서를 통해 지원의사를 판단, 특혜 없이 지원자 모두에게 필기시험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농협은행은 일반·IT직군에서 총 360명의 신입행원을 선발할 계획으로 지난달 22일 서류전형 지원을 마감해 서류전형 합격자를 공시한 상태다.

특히 농협은행에서는 디지털 분야의 지식과 업무연관성을 강조해 필기시험과 논술에 디지털 부문을 추가시켜 디지털 전환이라는 과제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4대 시중은행들 중 가장 먼저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각각 300명, 240명의 신입행원을 채용했으며 이에 올해 역시 비슷한 수의 신입행원을 채용할 방침이다.

다만 채용일정은 다소 미뤄질 예정인데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26일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취임,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1월 지주사 전환으로 내부적인 인사계획이 확정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금융업권의 중론이다.

은행관계자에 따르면 내부적인 인사계획이 확정된다면 언제라도 채용을 실시할 방침이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정한 채용을 위해 여러 안전장치를 도입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채용 프로세스 전 과정 외부 전문업체 위탁과 필기시험 도입 등이다.

특히 면접과정에서 외부전문가가 50%씩 투입되며 합격자를 대상으로 해 채용적정 여부를 전수 조사, 청탁 같은 부정행위 발견 시 그 즉시 채용이 취소되는 등 채용비리의 얼룩을 씻어내기 위해 다양한 부정행위 방지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평이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만을 실시했던 만큼 올해도 하반기에만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두 은행 역시 채용비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AI면접을 비롯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도입한 바 있다.

다만 AI 시스템의 적정성이 판별되지 않은 만큼 지난해 채용과정에서는 지원자의 성향 파악에 그쳤으며 이를 고도화시켜 향후 면접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지난해 채용비리로 불거졌던 금융권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다. 지난해를 뜨겁게 달궜던 채용비리 문제는 금융권을 넘어 범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그 여파로 각 시중은행들은 채용과정의 공정성에 대해 의심받았으며 일부 은행에서는 행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퇴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따라서 이번 채용과정을 놓고 공정성을 의심하는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 은행관계자는 “채용비리 사건으로 은행의 신뢰도나 국민들의 믿음에 금이 간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다만 채용비리 사건을 거치며 은행 내부의 프로세스나 잘못된 관행들을 뜯어 고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에 위탁하거나 부정이나 청탁 여부에 대한 합격자 대상 조사 등 현재 여러 방안이 검토·시행 되고 있다”며 “특히 이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채용과정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 금융관계자 역시 “지난해 있었던 채용비리라는 홍역에 시달린 은행들이 같은 과오를 저지르긴 쉽지 않다”며 “비리 자체는 잘못된 일이지만 그로 인해 채용과정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것은 긍정적인 영향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채용조건을 보면 디지털 같은 전문성이 강조되는 직원의 수요가 증가했다”며 “금융환경이 바뀌어 가는 만큼 은행들은 디지털 부문과 결합할 수 있는 열린 인재를 뽑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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