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급 강풍으로 크게 번져

▲ 4일 오후 7시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속초시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속초시내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정상우 기자] 5일 오전 3시 현재 강원도 고성과 속초 전역에서 게릴라 전투가 벌어지듯 불이 번지고 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불은 전날 오후 7시17분께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미시령 아래 일성콘도 인근 도로와 인접한 야산에서 시작돼 8시간째 고성과 속초 일대를 활활 태우고 있다.

건조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대기가 매우 건조한 상태에서 설상가상 '태풍급' 강풍이 불어닥치는 강풍경보 속에 불씨가 산에서 바닷가 쪽으로 날라다니며 여기저기에 도깨비불처럼 불이 번지고 있다.

산림·소방·행정당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장비와 인력으로는 산불 진화가 불가능한 상태일 정도로 크게 번지고 있다.

무섭게 불어닥친 화마에 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속초시 영랑동 영랑호 주변의 도기 업체가 전소되면서 납품을 앞둔 제품이 모두 잿더미가 돼 2억원가량의 피해가 났다. 업체 대표는 다 타버린 잿더미에 하염없이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산불이 최초 발생한 일성콘도에서 멀지 않은 한화콘도에는 불씨가 골프장 잔디로 옮겨붙어 피해가 이어졌다.

속초의료원 인근 폐차장도 강풍을 타고 날라온 불씨가 옮겨붙어 잿더미가 됐다.

속초의료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반 환자들은 인근 초등학교 등으로 옮겼고 중환자는 인근의 안전한 병원으로 대피시켰다.

속초 보광병원도 26명의 환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고 속초 예일요양원 150명, 우리요양원 10명 등 어르신 160명도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속초 동문동 이편한세상 아파트 주변 산림도 잿더미가 되고 있다.

불씨가 강풍을 타고 바닷가 쪽으로 날라와 장사동 일대의 공장들과 가옥들이 불에 탔다.

주민들은 집 밖으로 나와 발을 동동구르며 자신의 집이 타는 것을 보며 울먹이고 있다.

속초와 고성에서 화마로 잿더미가 된 가옥은 125채로 잠정 집계됐다. 창고 6동과 비닐하우스 5동도 전소됐다.

속초 KT전화기지국도 화재 피해를 입어 통신 연결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속초시민과 고성군민 3620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대피 장소별로는 속초온정초등학교 65명, 속초청소년수련관 430명, 속초교동초교 750명, 고성생활체육관 30명, 고성아야진초교 580명, 고성동광중학교 300명, 고성간성읍사무소 100명, 고성종합체육관 1365명 등이다.

육군 제8군단도 예하부대 장병 2500명을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속초에 거주하는 김모(61)씨가 고성군 토성면 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고성에 거주하는 지인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기 위해 속초에서 이동하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를 고성 인근 병원에 안치하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또 고성군 죽왕면 주민 박모(72)씨가 강풍에 날아온 물체에 머리를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

A씨는 집에서 머물다 대피령이 발령되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변을 당했다.

이 불로 주민 11명도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속초소방서는 중경상 환자를 이송한 바 없다고 밝힘에 따라 중경상 환자들은 고성 지역에서 머물다 다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강풍에 날라온 물체에 머리를 맞아 숨진 고성 주민은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로 집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산림 피해는 250㏊로 잠정 집계됐다.

불은 일성콘도 인근 도로의 변압기가 폭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고성·양양 산불에 따른 피해가 커 속초지역 25개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휴교령이 내려진 곳은 초등학교 12개교, 중학교 4개교, 특수학교 1개교, 공립 유치원 2곳, 사립유치원 3곳 등이다.

한국전력공사 강원지역본부는 피해 예방을 위해 선로 전기 공급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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