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4·3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내홍에 휩싸인 바른미래당이 사실상 분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대거 불참하며 손학규 대표 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지도부 책임을 주장하는 이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선거 참패 책임 요구를 받고 있는 손학규 대표는 "어림없는 소리"라며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 당내 파열음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진행된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이 불참했다. 이들은 모두 바른정당계로 4·3 보궐선거 참패로 한 지도부 책임론을 주장하며 지도부 사퇴, 조기 전당대회를 공개 제안한 바 있다.

손학규 대표는 회의후 기자들과 만나 이들의 불참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전 당원을 상대로 한 재신임 투표를 주장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최고위원회의에 계속 불참하겠다는 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아침 손학규 대표님을 뵙고 바른미래당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제안했다"며 "손 대표님은 버티면 길이 있다고 하나, 그것은 바른미래당이 망하는 길이다. 변화와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더 큰 외면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어 "바른미래당이 성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 내부에 있다. 희망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손학규 대표 체제에 있다"며 "다시한번 손 대표님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무슨 정당이든 간에 (선거)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으면 지도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회의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반면 손학규 대표는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 당내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 기다렸다는 듯이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바꾸라는 것은 어림없는 소리"라며 "지금 당 체제를 뒤바꾸려는 사람들, 손학규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의 그 의도가 무엇인지 나와 여러분들은 다 안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는 또 "자유한국당을 나온 사람들이 어떻게 당세를 모아 거기 가서 다시 통합한다고 이야기를 하겠나. 그것은 절대 용인 못 한다"며 "제3정당을 구축하고 국민의당, 바른정당을 통합하고 영호남을 통합해서 통합의 정치로 나가야 한다. 분열의 정치는 절대 용납 안된다"고 단언했다.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 손학규 대표가 강경한 입장을 밝히자 바른정당계 인사는 "(보수 인사들이) 당을 나가려고 한다는 시도에 대한 언급은 부적절하다. 당을 깨자고 한 이는 이찬열 의원"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손학규 대표 측근인 이찬열 의원은 지난 5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이제 깨끗하게 갈라서서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바른정당 출신인 지상욱 의원 역시 "한줌도 안되는 기득권에 왜 연연하는가"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지도부 사퇴론에 힘을 실었다.

지상욱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재보궐 선거의 패배 원인이 전략의 부재와 분열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정당으로서 명확히 존재해야 하는 정체성 부재로 인한 당원들의 혼란에 있는 것"이라며 "역으로 당내 갈등을 통합하는 것은 국민에게 약속한 선명한 정체성 확립에 있다. 창당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계열인 손학규 대표와 바른정당계가 다수인 최고위원들 사이에 보궐선거 참패를 놓고 네 탓 공방이 격해질 경우 당의 내분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 5일 손학규 대표에 대한 망언을 이유로 이언주 의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린만큼 지도부 책임을 주장하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파열음을 내며 집단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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