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스 비자금 횡령 및 삼성 뇌물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정재웅 기자] 이명박(78)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가 김윤옥 여사에 대한 검찰의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사위 이상주 변호사는 증인으로 채택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19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윤옥 여사에 대한 증인 채택 신청은 기각, 이상주 변호사에 대한 증인 채택 신청은 인용 결정을 했다. 앞서 검찰은 "5000만원 수수와 양복값 대납에 대한 구체적인 신문이 필요하다"며 이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이유서, 증인 신청 관련 의견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의 증인 신문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면서 "김윤옥 여사를 증인 신청한 입증 취지는 사실관계보다는 법리 판단 문제가 주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어 "지난 8일자 변호인 의견서를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심에서 검찰 증거에 다 동의해 증거능력이 인정됐다고 정리한다"며 "지난 기일 이팔성 전 회장의 증언에 의해도 뇌물 수수와 관련 이팔성 전 회장과 김윤옥 여사 사이에 대화는 없었다고 증언해 김 여사에 대한 증인 채택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기각 결정했다.

검찰은 즉시 이의를 제기했다. 검찰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증인을 신청했고 충분히 소명했다. 지난 기일에 이팔성 전 회장의 증인 신문에서도 필요성이 충분히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상주 변호사에 대해서는 "이팔성 전 회장에 뇌물을 직접 받아 전달 역할을 했고, 사실관계에 있어서도 추가로 확인할 점이 있어 증인으로 채택한다"고 인용 결정했다. 이상주 변호사에 대한 증인 신문은 오는 17일 오후 2시5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증인 신문이 예정됐던 김백준(79) 청와대 전 총무기획관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김백준 전 기획관은 세차례 증인 신문에 '폐문부재'를 이유로 불출석한 데 이어 이날도 증인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측 변호인은 "김백준 전 기획관은 이미 본인의 소환사실을 안다고 넉넉히 추정 가능하다"며 "재판부에서 검토해서 구인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김백준 전 기획관 본인에 대한 형사재판 기일이 오는 23일로 정해진 것 같다"면서 "증인 신문기일을 그 다음날인 오는 24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인영장 발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전달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면소 판결받은 김백준 전 기획관의 항소심 첫 공판은 오는 23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애초 지난달 19일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김백준 전 기획관이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하며 연기됐다. 김백준 전 기획관 측은 다음 기일에 반드시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기획관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일부 불리한 진술을 하며 등을 돌렸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앞서 1심 과정에서 공개된 김백준 전 기획관의 검찰 진술조서와 자수서 등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과정을 보고받으면 이를 승인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김백준 전 기획관을 반드시 증인으로 불러 진술 신빙성에 문제가 있음을 밝혀내겠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20차 공판은 오는 12일 오후 2시5분에 진행된다. 이날은 김성우 다스 전 대표와 권승호 전 전무, 남궁범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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