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전근홍 기자] 삼성생명이 촉발시킨 즉시연금(만기환급형) 미지급금 사태. 지난 12일 본격적인 소송전의 막이 올랐다.

이 상품에 최초 가입한 한 민원인이 수령받게 된 연금액이 현저히 줄었다며 금융감독원에 낸 ‘분쟁조정’이 그 시발점이 됐다.

이번 소송은 금융소비자연맹이 금감원의 직·간접 지원을 받아 유사사례를 모아 공동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피해자라 일컫는 소비자만 56명에 달한다.

첫 심리가 열린 재판정에서 판사는 “연금계산식의 명확한 산법을 밝혀 달라”고 명했다.

재판의 특성상 사전에 ‘준비서면’을 통해 각자의 주장을 서면으로 펼치는데 공정성을 겸비한 재판장 역시 삼성생명의 독선과 아집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문제는 소송에 임하는 삼성생명의 자세다. 삼성생명은 최초 제기된 민원 건만 조용히 처리코자 했다. 그러나 사태가 커져 금감원이 유사한 사례 전부를 지급하라 명하자 이사회를 통해 소송전을 결의했다. 이 같은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금융회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신뢰’를 잃은 셈이다.

지급을 위한 명분과 근거를 제시하고자 소송을 펼치는 것이라면, 실체적 사실에 입각해 본인들의 설명의무 위반 가능성을 먼저 검토했어야 한다.

이미 잘 알려진 바 즉시연금 사태의 쟁점은 만기환급재원(책임준비금) 마련코자 사업비를 공제하기에 연금수령액이 줄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약관에 표기했는 지 여부다.

최초 민원이 발생할 무렵부터 ‘금감원분쟁조정위’는 삼성생명 측이 약관상에 이를 제대로 표기치 않아 차액분에 대한 지급 의무를 명했다. 상법서 규정한 보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약관에 ‘연금 수령액은 산출방법서 산술식에 표기한 대로 따른다’는 내용을 표기했다며 정당성을 외치기 급급했다. 그렇다면, 산출방법서를 소비자에게 제공했는지 구체적인 사업비 공제 과정에 대해 설명했는 지를 따져야 한다.

영업현장을 바라보자. 소위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대부분의 상품은 불완전판매 소지가 높다.

즉시연금도 최저보증이율(금리하락보장)을 앞세워 원금을 보장하고, 절세효과가 있다며 소비자를 유혹해왔다. 알토란같은 목돈을 맡길 투자처로 손색이 없다는 제안들이 오갔던 것이다.

이해는 간다. 삼성생명에 이어 교보생명·한화생명·KB생명·동양생명·흥국생명 등 노후를 계획하고 있던 소비자들에게 지난 2012년 즉시연금을 판 생보사들이 지급토록 명받은 차액만 1조 원에 달한다는 업계의 추정 속에 새까맣게 속이 타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 속에 소위 ‘리딩 컴퍼니(leading company)’로서 ‘총대’ 메기 전략을 택한 것은 지극히 오판이다.

보험은 신뢰를 먹고사는 산업이다. 그 내면에 보험사와 고객 간 믿음이 바탕이 돼야 한단 사실을 삼성생명도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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