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정재웅 기자] 공급업자가 대리점들에 판매목표를 할당하고 이를 채우지 못했을 경우 불이익을 주는 불공정거래 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신 등 일부 업종에서는 절반이 넘게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리점 거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류업종의 50.4%, 통신 41.4%, 식음료 33.6%에서 판매목표 설정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중에서 통신의 경우 53.2%는 받은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식음료 업종의 경우에는 34.0%, 의류 업종은 32.0%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요 불공정행위 사례에 대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공급을 축소하거나 잘 팔리는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덜 팔리는 제품으로 상품 구성을 바꿔버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말 공정위가 서울시, 경기·경남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전국 공급사 188곳과 대리점 6만337곳을 대상으로 유통구조, 반품정책, 영업정책,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대해 벌인 조사다.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리점간 판매가격 격차를 두고 대리점과 공급업자간 인식차가 심하게 드러났다. 의류 대리점주들의 경우 60%가 "가격차이가 있다"고 답했지만 공급업자의 80.6%는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대리점주들은 애초부터 공급가격에 차이가 있다며 불만을 갖는 반면 공급업자는 공급가는 같지만 이후 온라인 유통 경쟁 과정에서 판매가격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보다 훨씬 큰 초기투자비용을 들인 대리점주 입장에서는 경쟁자인 온라인매장의 저렴한 가격이 달가울 리 없다. 반면 공급업자 입장에서는 온·오프라인간 소비자특성 등에 차이가 있으니 가격에 차별을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가격정책을 두고 분쟁 발생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반품정책을 보면 전반적으로 공급업자들이 반품을 허용하고 있었지만 식음료의 경우 28.7%가 "반품이 제한된다"고 답했다. 식음료의 경우 제품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공급업자가 제한 정책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의 반품 제한은 곧 제품 폐기를 의미한다.

공정위는 향후 표준대리점계약서 제·개정을 통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불공정거래 행위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가격정책의 경우 본사의 가격결정권을 법적으로 제약할 수는 없으니 표준계약서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3개 업종 모두 표준계약서 사용 여부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 경험 여부가 큰 폭으로 달라졌다. 의류는 표준계약서를 사용한 경우 25.4%, 사용하지 않은 경우는 72.%가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식음료도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62.3%)가 사용한 경우(16.1%)보다 불공정거래행위 경험이 4배나 높았다.

가격정책이나 반품정책에서 공급업자가 일방적으로 조건을 정하는 관행을 표준계약서로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병희 공정위 유통정책관은 "이밖에도 단체구성권 명문화, 보복조치에 대한 징벌 배상제 등은 현재 입법을 추진 중"이라면서 "신규 업종을 대상으로 하반기 대리점 거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응답이 많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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