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경제 금융
[기자수첩] 규제에 매몰된 인터넷은행의 '혁신'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출범 2년차에 접어든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4분기 인터넷 은행업권 최초로 흑자를 낸 데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출범 당시 금융전문가들은 해외 인터넷은행들을 예로 들며 흑자전환까지 약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고객수와 자산 규모에서 예상보다 매우 빨리 성장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혁신’을 기조로 출범한 카카오뱅크도 인터넷은행에 반드시 있어야 할 '혁신'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순이익 대부분이 이자수익으로 예대마진을 이용한 시중은행의 수익구조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물론 캐릭터를 강조한 체크카드는 800만 장이나 발급됐으며 모바일에 강점을 둔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지만 이를 시중은행과의 차별성으로 보긴 어렵다.

이는 해외와 비교해보면 수익구조부터 차이가 두드러진다. 해외 인터넷은행의 주요 수익원은 이자수익이라기보다 수수료에 치중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의 ‘세븐뱅크’다. 세븐뱅크의 모체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거느린 유통사로 점포에 있는 ATM기를 영업점포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타 은행이나 공공기관 등 수백개의 금융기관과 제휴해 벌어들이는 수수료가 세븐뱅크의 핵심 수익이다.

이밖에도 완전 무점포로 휴대폰 번호 송금을 내세운 일본 지분은행이나 리스 같은 자동차 금융에 특화된 미국 얼라이 뱅크, 신용카드사에서 만든 미국의 디스커버뱅크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뱅크 등 다양한 강점을 지닌 인터넷은행이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반면 국내의 금융환경은 폐쇄적이다. 실제 위에서 언급한 편의점 ATM서비스나 휴대폰 송금 서비스를 국내에 도입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기존 편의점을 기반으로 한 산업자본이 은산분리법에 막혀 자본확충과 주주구성부터 어그러졌을 것이다. 적격성 심사 통과 가능성도 장담치 못한다. 게다가 무인서비스에 대한 규제와 개인정보법 등에 막혀 서비스 인가가 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2017년 빅데이터 서비스를 진행한 SKT, 한화 생명·손해보험 등 20개 기업과 한국신용정보원 등 4개 기관이 고발된 적이 있다.

당시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참여연대는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보호법 등의 위반으로 해당 기업들과 기관을 고발했다. 그런데 이들 기업과 기관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부 등 6개 부처가 합작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업을 진행했음에도 문제가 발생하여 고발 당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지만 국내에 혁신 서비스를 출시하기에 규제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은행들의 혁신 서비스 역시 국내 금융에 대한 규제 강도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인가가 나오기 힘든 구조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에 한정한 영향이 크다. 실제로 해외 인터넷은행은 산업자본에서 출범한 경우가 많으며, 해당 분야와 결합한 확고한 수익모델을 지니고 있다.

반면 국내 인터넷은행은 ICT기업과 은행의 결합이라는 1차원적인 사업모델로 한정됐다. 결국 금융당국이 깔아놓은 레일 위로만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인터넷은행업권은 아직까지는 초기인 만큼 데이터와 경험이 부족하고 갖가지 규제는 해외와 비교할 때 매우 강도높아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기 힘이 들다.

결국 금융당국이 ‘혁신’을 기대하며 인터넷은행을 출범시켰지만, 정작 금융당국의 규제가 인터넷은행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술을 예전 부대에 담으면 부대에 담긴 기존의 술과 섞여 온전한 맛이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기존의 방식으로 맞추는 것보다 새로운 방식을 고안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이 지닌 가능성을 기존 은행들의 규제에 맞추기보다 온전히 인터넷은행에 맞춘 새로운 규정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다.

적격성 심사를 완화해 인터넷은행이 새로운 분야로 도전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을 수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부문으로 한정된 벽을 허물어 인터넷은행이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에 다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럴  때 비로소 금융당국이 바랬던 ‘혁신’이란 기치가 모습을 보일 것이다.

잊지 말자. 인터넷은행이라는 묘목이 내리고 있는 뿌리를 규제라는 칼로 잘라내려고만 한다면 ‘혁신’이라는 꽃은 온전히 피어나지 못할 것이다.

신민호 기자  fi@onel.kr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민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