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노조, 사측 ‘사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 고소

임단협, ‘기본임금․성과연봉’ 확대 등 노사 간 ‘온도차’ 극명

법조계 “노조활동 방해로 ‘업무방해죄’ 적용 될 듯”

[위클리오늘=전근홍 기자] KB손해보험 노사 간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인사담당 HR부서가 노조의 대책회의를 방해하고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4월 노조 측이 기획한 ‘분회장 대회’ 관련 일정표 초안을 HR부서가 불법적으로 입수한 뒤 수정된 내용을 삭제해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단체여행’을 한다는 흑색선전을 펼쳤던 것.

법조계 안팎에선 “행사성격에 맞지 않는 일정을 수정했는데, 이를 지우고 비방 목적의 소식지를 배포한 사측의 행위는 명백히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KB손해보험 인사담당 HR부서가 노조의 분회장 대회 행사 개최를 막고자 '단체여행'을 계획했다는 흑색선전을 펼친 소식지(사진=KB손해보험 노동조합)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 노조는 ‘사문서위조’ 및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으로 사측을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장기화한 임단협 과정에서 불거진 노사 간 감정 다툼이 법정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가 요구한 조건은 임금인상률 5% 및 성과급 300% 등이다. 반면 사측은 임금인상률 1%와 성과급 100%를 제시하며 팽팽하게 맞서왔다.

협상이 장기화 되면서 노조는 제주도에서 지난 4월 분회장 대회를 개최해 사측과의 협상을 위한 대책위 구성에 매진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노조 지도부는 목적에 맞지 않은 ‘관광지 방문’ 일정 등을 첨삭해 재차 일정표 수정했다. 그런데 사측이 불법적으로 해당서류를 입수해 노조가 ‘단체 패키지여행’을 계획했다고 알렸던 것이다.

KB손보 관계자는 “입수한 일정표가 초안이었던 것은 맞고, 문서상으로 주변에 낙서된 부분을 삭제했다”면서 “사실전달 차원에서 전 임직원에게 메일을 발송했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삭제한 내용이 중요한 내용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중요한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는 노조 측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대성 KB손보 노조 지부장은 “해당 일정표의 초안은 행사를 돕던 기획사 측에서 보낸 것이며, 행사목적에 맞지 않는 풍물시장 방문 일정 등을 수정하고자 ‘소집단 토의’라는 메모를 한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이어 “사측이 이 메모를 지우고 행사목적을 왜곡해 ‘KB HR 톡!톡!’이라는 소식지를 만들어 사내 인트라넷에 배포했다”면서 “‘사문서 위조’와 ‘허위사실 유포’가 아니면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성토했다.

◆ 법조계 “노조활동 방해 혐의 충분”

문제는 KB손보 인사담당 HR부서가 행한 업무방해다. 법조계에선 노조가 사측을 고소한 혐의 대부분이 적용되긴 어려우나 쟁의행위를 방해했단 혐의는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한 교수는 “권한이 없는 자가 문서를 수정했을 경우 변조에 가까우며, 명예훼손 혐의 역시도 사측이 공익 목적이라 항변할 경우 인트라넷을 통해 유포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사문서는 권리, 의무 등을 파악할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야 하는데 단순 일정표를 가지고 사문서로 볼 수 있을지 부터 쟁점이 될 것”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행위 자체만을 놓고 볼 땐 오히려 '업무방해' 적용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 법조계 “사내 인트라넷 통해 허위사실 유포 땐 ‘업무방해’ 성립”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한 교수도 “공익목적이라고 항변한다면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업무방해죄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업무를 방해할 경우 성립하는데 이에 대한 적용 가능성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한 관계자 역시 “입수한 일정표에 단순한 메모라도 이를 삭제해 유포했단 점에서 위계(속임)적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변조든 위조든 사실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메모를 삭제해 유포한 것은 명백한 업무방해죄에 해당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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