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화웨이가 극단적 민족주의·이념논쟁 짐 짊어져선 안 돼”

<이미지=바이두(百度)>

[위클리오늘=손익준 기자] 중국 언론이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의 극단적 애국주의를 경계하고 나섬에 따라, 향후 이러한 우려가 런 회장의 미·중 무역분쟁 ‘결사항전’ 의지에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6일 중국 관영방송 CCTV는 런 회장과의 인터뷰를 방영했다. 런 회장은 이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결코 죽지 않는다”며 “화웨이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며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고 결사항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환구시보(环球时报)> 등 중국 언론들은 28일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런 회장의 글로벌 기업가다운 포부를 인정했다. 하지만 화웨이가 극단적으로 치닫는 민족주의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매체는 “런 회장의 발언이 강렬한 반향을 일으켰다”며 “특히 ‘미국과 산 정상에서 만난다(山顶上交锋)’는 표현에서는 국제정치·경제의 매서운 폭풍에 맞서는 대범함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환구시보>는 “런 대표의 발언은 인민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심어줬다”며 “그의 애국심은 화웨이의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네티즌들이 런정페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찬반토론을 벌이고 있다.<이미지=환구시보(环球时报) 게시판 캡처>

또 <환구시보>는  런 회장의 인터뷰 방송 이후 온라인상에는 많은 찬반 토론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런 회장에 대한 지지 외에도 중국과 화웨이의 미·중무역분쟁 전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많았다며 적지 않은 경계를 드러냈다.

이와 함께 <환구시보>는 “현재 화웨이는 멀리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각에서는 런 대표의 발언이 화웨이 이념과 정신에 상반되며, 중국이 미국에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는 네티즌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어 매체는 "현재 세계의 보편적 가치는 극단적 민족주의를 허무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중국엔 애국주의가 극단적 민족주의로 변질되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런 대표와 화웨이의 행보는 환영받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또 “화웨이는 매우 복잡한 국제환경에 처해 있다”며 “런 회장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화웨이가 기업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민족주의의 책임까지 짊어지게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화웨이는 중국사회의 이데올로기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두고 중국 내부소식에 밝은 한 전문가는 “지금 중국에서는 명분과 체면보단 실리가 중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며 “실사구시를 강조하는 계층에서는 런 회장의 강경 발언을 두고 애국주의라는 감성에 젖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미·중 무역분쟁 관련 중국 내 민족주의도 확산되고 있지만, 어렵게 쌓은 국민기업 화웨이의 명성이 붕괴할 것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