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생명 인수 뒤 '돈 먹는 하마' 전락...연내 최대 2400억원  자본확충도 승인

"매각해도 투자 원금 회수 힘들어 유상증자 등 체질 개선이 매각 방해" 지적 나와 

산은의 KDB생명 매각 셈법 갈수록 골치…"매각가 하향 나서는 것 아니냐" 전망

[위클리 오늘=전근홍 기자] KDB생명이 KDB산업은행의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면서 매각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이미 산은은 지난 2009년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인수한 뒤 경영 정상화에 1조 원을 웃도는 돈을 쏟아부었다.

시장에선 생명보험업권의 장기화한 불황과 상대적으로 높은 매각가로 KDB생명은 사실상 매력이 떨어지는 매물이기도 하다. 특히 과거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였던 알리안츠생명(현 ABL)의 사례에서 보듯 매각 추진이 성사될 경우 가격 하향은 필수적 요건이 될 전망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 22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후순위채 만기도래 금액과 사채발행 한도금액을 산정해 연내 최대 2400억 원 규모의 자본확충 안건을 승인했다.

만기가 도래한 후순위채의 대환목적과 신회계기준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 K-ICS 도입에 대비해 재무건정성 확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KDB생명의 지속적인 자본확충 노력이 오히려 매각을 어렵게 한다는 것. 지난해에도 KDB는 유상증자를 비롯한 채권발행을 통해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실제 지난해 1월 산은의 참여로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이뤄졌다. 또 지난해 5월 2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이 발행됐고, 같은해 9월 2200억 원 규모의 국내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이후 KDB생명 RBC 비율은 지난해 12월 215%로 상승했다.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도 6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 같은 체질 개선이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평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체질 개선을 위한 자본 확충이 산은이 진행하려는 KDB생명의 매각을 오히려 방해하는 모양새”라면서 “산은이 본전 생각을 버리지 않는 이상, 매각가가 높을 수밖에 없고 그동안 세 차례 추진된 매각도 성사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2010년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KDB생명의 전신인 금호생명 인수를 위해 6500억 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했다. 이후 추가대출과 유상증자분은 합하면 1조1500억 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된 상태다.

걱정스러운 부분은 산은이 KDB생명 매각을 통해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산은 입장에선 1조 원을 넘기는 매각가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14년에도 추정 매각 가격은 5000억~6000억 원 수준이었고 지난 2016년 하반기 역시 비슷한 사유로 중국계 자본이 입찰에 참여했지만 가격차가 심해 불발됐던 바 있다.

대형보험사 한 관계자는 “먹기 좋은 떡을 만들고자 재무건전성 회복에 나서고 있지만 팔려는 자와 사려는 자의 셈법이 다른 상황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라며 “하마평이 있었던 우리금융지주 및 KB금융지주과의 매각 추진 역시 각자의 여력이 충족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사의 경우 RBC(지급여력비율)을 통해 기본적인 재무 상태를 보는데 지난해 겨우 200%를 넘기지 않았느냐”며 “유상증자와 채권발행에 따른 기본자본 증가로 지급여력비율(RBC)은 상승했지만 이자 부담 때문에 순이익이 제대로 자본에 귀속되지 않는 등 여전한 숙제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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