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십 수년 전 일이다. 중화요리 가게를 준비하던 한 지인이 기자에게 자신이 기막힌 상호를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배달국’이었다.

순간 기자는 그에게 독설을 날렸다. “이 XX야, 아무리 장사가 중요하다지만 우리 역사를 그렇게 희화시켜서야 되겠냐.” 그는 기자와 함께 나름 상고사·고대사 공부에 취미를 가졌던 터라 일종의 배신감마저 들었다. 결국 기자에게 설득당한 그는 ‘배달국’을 포기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뒤 한 편의 TV광고를 접한 기자는 또한번 눈과 귀를 의심했다. 목소리에도 카리스마가 실린 배우 류승룡의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외침을 들은 뒤였다.

배달을 기본으로 하는 업종에서 ‘배달’을 상호에 넣고자 했던 사장님들은 많았을 것이다. 사실 특별한 아이디어는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거의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 넘지 말아야할 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배달’은 ‘밝고 넓은 땅’이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단군왕검 이전 환웅이 동아시아에 세운 ‘신시배달국’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학설도 있다.

또 이를 뒷받침할 유물들이 만주지역에서 계속 출토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 황허문명보다 최소한 1000년 이상 앞섰다는 이 ‘홍산문명’ 때문에 중국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어쨌든 식민사관에 매몰된 역사학계 주류가 이를 지나친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치부하는 이른바 ‘환빠’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반드시 연구·발굴하고 보전해야 할 우리의 ‘얼’이며 역사임은 분명하다.

더구나 그것이 '딜리버리(delivery) 민족'이라는 자기비하의 의미로 악용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불과 얼마 전까지 배달의 민족이라는 이름에 뿌듯함과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한 회사의 결정과 크나큰 성장 때문에 그 이름은 어느덧 민망한 이름이 돼버렸다.

오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마케팅 성과를 평가하는 ‘2019 에피어워드 코리아’에서 총 3개 부문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 민족이었어’라는 캠페인이 높은 점수에 기여했다는 전언이다. ‘우리민족은 배달하는 민족’이라는 뜻으로 읽히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캠페인도 모자라 상까지 받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심지어 상을 수여하는 주체가 혹시 일본이거나 중국이 아닐까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혹시 기자의 지나친 비약일까 싶어 주변 지인들에게 '배달의민족'이라는 상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고맙게도(?) 대부분 ‘기분 나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이 이름을 상표에 가져다 쓴 김봉진 대표는 과연 '배달국'의 그 지인처럼 자신의 아이디어에 감탄을 했을까?

‘배달의민족’에게 되묻고 싶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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