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사진=바이두(百度)>

[위클리오늘=손익준 기자] 미·중 무역분쟁 상황서 중국이 ‘히든카드’처럼 만지작거리는 희토류. 이에 <위클리오늘>은 희토류가 미·중 양국에게 어떤 의미일지 중국 매체의 시각을 통해 확인해 봤다.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이 중국에 보복관세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착수하자 지난 20일 장시성의 한 희토류 생산업체를 방문, 희토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어 28일에는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희토류를 미·중 무역분쟁 해결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한 이달 들어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미국을 압박하자”는 중국 내 목소리가 들리긴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희토류를 공식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압박이 거세지면서 수면 위로 고개를 든 희토류.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입장이 미·중 무역분쟁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제스처’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대미 수출 중단으로 실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중국의 ‘황금알’ 희토류…미 관세보복 때도 희토류만은 제외

중국 경제 전문지 <경제일보(经济日报)>는 29일 ‘희토류, 황금처럼 소중히’라는 사설을 내놨다. 매체는 미국의 관세 보복에 중국이 어떤 ‘킹 카드’를 낼지 다루면서 희토류가 킹 카드임을 시사했다.

매체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28일 성명을 인용 “우리의 희토류로 만든 상품으로 중국발전을 압박해 온다면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희토류로 만든 상품’은 핸드폰 부품을 지칭하는 말이다. 칩 생산 업체의 화웨의 대상 부품공급 차단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29일자 <인민일보(人民日报)>는 ‘미국은 중국의 대응능력을 저평가말라’라는 사설을 통해 “중국의 국익 수호 능력을 무시하지 말라”고 미국 측에 충고했다.

특히 <인민일보>는 ‘분명히 말해 두었으니 잊지 말라(勿谓言之不预)’라는 성어까지 써가며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이어 “이 말의 뜻이 무엇이며, 이 말을 끝낸 후 어떤 상황이 일어나는지 중국인들은 다 안다”며 경고했다. 이 성어는 어떤 물리적 행동을 가하기 전 최후통첩을 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이어 희토류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희토류는 화학원소 주기율표상 란타늄(La)계 원소 15개와 이와 상관관계에 있는 스칸듐(Sc), 이트륨(Y) 포함 총 17가지 원소를 지칭한다.

매체에 따르면 우리가 매일 보는 텔레비전의 밝은 빨간색은 희토류 원소인 스칸듐(Sc)과 이트륨(Y)에서 나온다. 카메라 렌즈엔 란타늄(La)이, 핸드폰에는 네오디뮴(Nd)이 있다.

희토류는 항공, 전자, 철강, 기계, 석유화학 등 용도가 매우 광범위하다. '현대 산업의 비타민'이라 할 수 있는 희토류는 산업 전반에 걸쳐 모두 쓰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일보>는 “미국이 중국에 막대한 관세를 매길 때도 중국 희토류는 제외됐다”며 “그 이유는 희토류에 대한 미국 기업의 수요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희토류로 만든 상품의 공급(휴대폰 부품)을 차단해서 우리를 가두는 행위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량 국가지만 한정된 매장량을 감안 황금처럼 희토류를 아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희토류는 미국 미사일·전투기·전차 등 국방안보 핵심

중국의 산업·금융신문 <화이가견문(华尔街见闻)>은 지난 21일 ‘희토류가 미국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전했다. 매체는 희토류가 미국 일반 산업 분야서 갖는 중요성 외에 군사 분야서 갖는 중요성에 비중 있게 다뤘다.

매체는 미국 회계감사원(GAO)이 2016년 의회에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희토류가 미국 국방안보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희토류가 쓰인 국방상업단말기의 주요 소비국이다. 미국의 희토류 수요량은 전 세계 수요의 9%를 차지할 만큼 소비량이 많다. 문제는 이처럼 많은 소비량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이와 함께 희토류는 제트엔진, 미사일유도·위성·통신시스템 등의 코팅재로 주로 쓰인다. 패트리엇 미사일의 정밀 유도가 뛰어난 것은 희토류를 넣어 전자빔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美 F-22 전투기 기체와 엔진에도 희토류를 써 초음속 비행을 견디게 했다.<사진=바이두(百度)>

F-22 전투기는 기체와 엔진에 희토류를 써 초음속 순항을 견디게 했고, M1A1 전차는 레이저 거리 측정기와 야시기에 희토류를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화이가견문>은 미국이 140만 t의 희토류 매장량을 갖고 있는데 수입에 의존하는 이유를 분석하기도 했다.

매체는 미 국방군수국의 희토류 비축량 미비를 거론했다. 미국 정부는 1994년부터 1998년까지 희토류 전략비축량을 모두 매각했다. 현재 전략비축량은 소량의 희토류 산화물뿐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이 형태로는 직접 사용할 수도 없는 상태다.

이를 근거로 매체는 미국의 희토류 상비량 부족으로 위기 발생 시 해당 군수사업이 위험에 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도 매체는 풍부한 매장량에도 불구, 미국 정부가 희토류 채굴을 일찌감치 제한했기 때문에 희토류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희토류 광산 폐쇄 조치 이래 미국서 개업한 400여 개 희토류 업체 중 생산에 들어간 회사는 2012년 기준 5개 미만이다. 아울러 매체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개선하려 하지만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고도 전했다.

 미·중, 누가 더 섣불리 상대방을 저평가 했을까

이를 놓고 한 중국 분야 전문가는 “미국이 화웨이 대상 부품 공급을 차단하려 하자 중국이 이에 대한 보복 조치 차원에서 낸 입장이다”며 “중국이 수출한 희토류로 휴대폰 부품을 생산한 후 이를 역으로 이용, 중국을 압박한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분석대로라면 분명 희토류 수입 의존국인 미국이 과거 일본처럼 항복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브라질·호주·베트남 역시 풍부한 희토류 매장 국가여서 미국이 이들 국가와의 협력을 모색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차단을 극복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중국이 희토류와 관련된 미국의 능력을 섣불리 판단해 희토류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내들면 미·중 무역분쟁이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중국의 성급한 판단 가능성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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