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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혁신’ 첫 관문은 효율성보다 가능성이다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지난 30일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참석한 비공개 당정회의가 열렸다. 이날 대책 회의에서는 인터넷은행관련 대주주의 적격성 요건 완화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대책회의가 열린 이유는 최근 제3인터넷은행에 예비 인가 심사를 요청했던 ‘토스뱅크’와 ‘키움뱅크’가 모두 고배를 마시며, 인터넷은행의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토스뱅크'와 '키움뱅크'의 인가 심사 탈락이라는 결과를 발표하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비치기도 했다. 이번 예비인가 심사의 주체는 금융위원회이지만 그 평가는 금감원과 7인의 외부평가위원회의 심사가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런 당정 간의 금융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 자체는 상당히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등에 대비한 새로운 기술과 흐름이 엄청난 속도로 금융계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나 국내 은행법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보수적이어서, 금융혁신의 뉴 트렌드를 쫓아가기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에 대해 보수적인 성향이 늘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보수적이라는 것은 변화로 인한 리스크의 최소화를 우선시한다. 돈이 오고가는 금융권에서 이런 기조는 안정적이고 신뢰도를 제고한다.

다만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아 격변의 트렌드에서 뒤쳐지면 인터넷뱅킹의 활성화 등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과거 쇄국정책을 고집하다 시대에 쓸려간 예를 들지 않더라도 변화에 민감하고 기민한 대처를 보이는 쪽이 그렇지 못한 쪽에 비해 전적으로 유리하다.

따라서 문턱을 낮추고 더욱 더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전격적으로 도입한다는 것은 시행착오라는 리스크를 감안해도 얼마든지 환영할 수 있다.

문제는 낮출 문턱이 왜 적격성 심사에 국한되는지다.

금산분리법은 어째서 생겨난 것인가?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손에 쥐었을 때 생겨날 폐단을 감당할 수 없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대입해보면 대주주의 적격성을 고려치 않고 금융업 진출을 허용했을 때 정부와 당국은 그 리스크를 온전히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인터넷은행에 진출할 기업의 미래를 예상하긴 어렵지만 과거 처벌전력이나 행적을 바탕으로 어떤 성향을 지녔는지 유추할 수는 있다. 이는 개인의 법과 단체 혹은 기업의 법은 다르기 때문이다.

선량한 개인도 집단에 소속된 순간 집단의 일인이 될 뿐이며 수많은 개인으로 묶인 한 집단의 성향을 바꾸는 것은 무척 어렵다. 이러한 집단이나 의사결정권을 지닌 임원의 처벌전력과 행적을 바탕으로 적격성을 평가하는 것은 오히려 효율적이다.

물론 대주주적격성 심사의 기반이 되고 있는 은행법이 무결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혁신을 막고 있는 다른 규제를 놔두고 대주주의 처벌 전력이나 도덕성과 관련된 적격성 심사의 문턱을 낮춰 진입을 수월하게 한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일차원적으로 은행업에 핀테크기술을 적용하는 데 그치고 있는 지금의 인터넷은행에서 다양한 부문의 혁신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게 완화 필요성이 있는 규제는 얼마든지 있다.

해외 인터넷은행처럼 산업자본이나 ICT기업에서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분 규제의 상한선을 높이거나 개인정보법 등에 묶인 빅데이터 사업을 일정 부분 허용하는 것을 추진했으면 한다.

아니면 혁신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이뤄질 수 있게끔 수수료 규제를 완화한다던가 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단순히 인터넷은행의 인가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적격성 심사를 완화한다는 것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처럼 "골을 넣지 못한다고 해서 키퍼의 손과 발을 묶거나 골대를 늘리자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격에 불과하다.

오히려 축구의 기본기나 기초체력에 해당할 자본조달 능력을 강화하거나 혁신기술을 통한 사업계획을 보강하는 것이 더 합당하지 않을까.

결국 심사 통과자가 없다고 자격이 부족한 기업을 통과시키는 것보다 새로이 가능성을 여는 방향으로 규제 완화를 고려하는 게 혁신이라는 기치에 부합할 것이다.

국내 인터넷은행이 출범한 지 벌써 두해가 지났다. 혹자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해외 인터넷은행을 비교하며 급격한 성장세라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여러 갈래의 가능성을 규제로 막고 한 갈래의 길로만 치달은 결과일 수 있다.

‘혁신’이란 타이틀은 효율성이 아닌 가능성에서 출발한다.

국내 인터넷은행이 기로에 서 있는 지금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신민호 기자  fi@one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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