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계부채 관리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DSR 규제 도입으로 2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가운데 유독 카드업권만 소란에서 비켜나 있는 모양새다.

금융권에선 강도 높은 규제로 카드론 등의 대출서비스가 제한되는 상황이라며 향후 카드사는 대출부문이 축소되고 신사업 위주로 비즈니스 모델이 재편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17일부터 신규취급되는 2금융권  대출에 DSR규제가 도입되면서 업권 전반의 대출서비스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DSR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다. 해당 규제는 대출 시 해당 대출뿐만 아니라 차주가 지닌 전체 대출원리금(원금+이자)이 연간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산정해 일정 비율 이하로 규제하는 정책이다.

이에 2금융권은 대출부문 축소를 예상하고 있으며 DSR비율을 낮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카드사 역시 시범운영 기간 중 평균 66.2%를 기록한 DSR비율을 2021년까지 60%로 낮춰야 하지만 유독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전문가들은 이미 카드사들이 레버리지 한도에 막혀 자체적으로 대출을 축소·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레버리지 비율'이란 기업이 얼마만큼 타인자본에 의존하고 있는 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총자본 대비 부채를 포함한 총자산으로 산출한다.

금융당국은 규제를 통해 각 업권마다 레버리지 비율을 일정 한도 이하로 규제하고 있으며 이 중 카드사는 총자본 대비 6배 한도로 규제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카드 수수료이익이 급감하면서 그 대체 수단으로 대출부문을 확장시켰다는 것. 그 결과 지난해 7개 카드사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대출부문의 영업이익은 4조44203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14조1987억 원)의 31.13%에 육박했다.

결국 지난해 말 기준 삼성카드를 제외한 전업카드사 6곳의 레버리지 비율이 5배를 초과하게 됐다.

때문에 카드사들은 올해 초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TF’ 당시 현행 6배인 카드사의 레버리지 비율을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수준인 10배로 완화시켜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비율 완화 대신 중금리대출에 한해 비율 산정에서 제외시킨다는 변칙적인 수를 썼고 수익이 악화된 카드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떨어지는 중금리 대출은 큰 혜택이 아니었다.

이에 카드사들은 대출부문 확장 전략에서 건전성을 높이고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등 내실화 전략으로 선회한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전문가들은 역설적이게도 카드사에 대한 대출규제가 과도했던 탓에 이번 DSR규제 영향이 가장 적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25일부터 카드사를 비롯한 상호금융, 캐피탈 등의 대출서비스 신용평가 체계가 개편돼 대출서비스 이용 시 기존보다 신용등급 하락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향후 2금융권의 대출서비스 이용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카드사는 레버리지 비율 산정에서 제외되는 중금리대출과 300만 원 이하 소액대출 위주로 대출부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대출부문을 축소·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카드업권 관계자는 “이미 올해 초부터 대출서비스를 축소하고 있었고 늘어난 부실채권을 해소하는 등 건전성 회복에 집중하고 있었다”며 “특히 DSR규제가 신규대출에 한하는 만큼 큰 영향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서 수수료 하한선에 대한 법안을 준비 중인데다 규제 완화를 두고 논의 중이라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올해 대출부문은 유지하는 선에서 비용절감과 건전성 위주로 가맹점을 확장하는 게 주요 영업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관계자 역시 “금융당국은 대출규모를 억제하고 서민이나 구제금융 위주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이라며 “2금융권으로 묶였지만 이번 규제의 포커스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상호금융 등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당국이 카드사에 요구하는 역할은 혁신기술과 결합한 데이터전문 금융사인 만큼 대출부문 확장이 제한될 것”이라며 “카드사는 당국의 정책에 맞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발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