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심사의 평가·리스크관리 능력 강화 시급

24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홍남기 경제 부총리(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행연합회>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기업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은행들은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을 화두로 기업대출 확대를 독려하고 있어 은행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24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시중은행장들과 유관기관장들을 대상으로 ‘은행장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 초청된 홍남기 부총리는 행사에 참석한 은행장들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소기업들이 힘들어하니 담보가 부족해도 성장성과 기술력을 보고 대출해주길 바란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또한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은행 특성 상 대출 중심이지만 벤처 등 신사업 투자에도 신경써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난해 가계대출은 규제를 통해 축소시키고 예대율 규제를 비롯해 기업대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이런 당국의 기조가 기업대출뿐만 아니라 연체율도 함께 상승시키면서 국내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4%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 증가했다.

이 중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73%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06%포인트 증가한 0.62%를 기록했다.

또한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이 0.3%로 전월 대비 0.02% 증가하는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기대출 건전성 문제가 더욱 부각된다.

문제는 이러한 연체율 상승에도 국내은행들의 기업대출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은행 기업대출 증감규모는 약 6조 원 가량으로 전월(6조6000억 원) 대비 9.1% 감소했다.

하지만 전년 동기(4조9000억 원) 대비 22.45% 증가했으며 2017년 5월 기업대출이 약 2조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게 나타난다.

또한 기업대출 6조 원 가운데 대기업대출은 약 6000억 원, 중소기업대출은 약 5조4000억 원이다. 이를 전년 동기와 대비해보면 대기업대출은 1조2000억 원에서 6000억 원으로 감소한 반면, 중기대출은 3조6000억 원에서 5조4000억 원으로 급증한 상황이다.

이에 은행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의 규제와 정책상 어쩔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같은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가계대출을 통제하면서 기업대출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내년 적용될 예대율 규제는 비율 산정 시 기업대출은 85%로, 가계대출은 115%로 산정한다. 향후 은행 입장에선 같은 대출규모라도 가계대출이 적고 기업대출이 많을수록 예대율 산정에서 유리해지기 때문에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영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한 금융관계자는 “현재 연체율 악화는 경기침체나 가계대출규제로 차주들이 개인사업자 대출로 전이되는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며 “객관적인 기업평가로 유망한 기업에 지원을 늘리는 게 금융사와 기업 양 측이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방향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대출이 확대되면서 대출 심사가 담보와 상환능력 중심에서 혁신기술이나 성장가능성으로 변화하는 시점”이라며 “은행은 ‘혁신기업인증제’ 같은 기존 제도와 평가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개별 평가능력과 리스크 관리능력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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