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들과의 수수료 협상에서 사실상 패배하며 본격적인 실적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에 신사업을 허용하며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유도하고 있지만 일부 대형카드사 외에는 신사업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향후 신사업 부문을 선점한 대형카드사와 그렇지 못한 중소형 카드사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수수료 협상 결과 1.9%~2%로 기존 수수료율에서 0.1%포인트 인상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 3월 0.2%포인트 인상을 공표했던 인상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앞서 현대·기아차와의 수수료 인상을 놓고 벌인 협상에서도 당초 인상분의 절반가량인 0.05%포인트로 결정됐으며 통신사와의 협상에서도 기존 인상분보다 감소됐다.

문제는 카드사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하며 카드사 수수료율이 급감했고, 그 결과 지난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현대·롯데·우리·하나) 순이익은 1분기 4587억 원에서 4분기 3597억 원으로 21.6% 감소했다.

7개 전업카드사 순이익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올해 1분기 4574억 원으로 순이익이 회복됐지만 이마저도 비용절감, 대손비용 같은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이익으로는 지난 분기(3597억 원)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수익보전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신용평가(CB)업이나 렌탈업 등 새로운 사업분야의 진출이다. 기존 수수료 수익에 집중된 카드사의 수익구조를 핀테크 혁신금융에 기반해 다각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기조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업권 1위(자산규모)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270만 가맹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600만 명 개인사업자 대상 전문 신용평가 사업에 진출한다.

기존 가맹점 매출규모·휴폐업 정보뿐만 아니라 가맹점·지역상권 성장성 등을 분석해 미흡했던 개인사업자 상환능력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개인사업자 전용 금융서비스를 출시할 방침이다.

또한 빅데이터 개방에 따른 사업도 준비 중이다. 특히 신한카드는 빅데이터 사업을 고객 한 명 한 명을 위한 초개인화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기존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 철저히 고객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고객 기준으로 현재 시간, 위치, 주변의 날씨나 상권 등 외부정보를 실시간으로 시스템에 반영한다.

이를 신한카드의 가맹점과 제휴사, 신한금융의 계열사들이 보유한 다양한 고객서비스들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며 이밖에도 부동산, 펫,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금융상품을 출시 예정이다.

문제는 신사업 진출 여력이 있는 대형 카드사와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카드사 간 양극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먼저 CB업과 빅데이터 사업에 진출 예정인 카드사는 자산규모 업권 1위인 신한카드 뿐이다. 현재까지 다른 6개 카드사는 일부 가맹점 제휴나 이벤트에 이용할 뿐 본격적인 진출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이는 렌탈업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서비스는 B2B로 리스자산 내에서만 가능한데 올해 1분기 기준 리스사업이 가능한 리스자산을 갖춘 곳은 기존 B2C 기반 렌탈업을 실시하고 있는 리스1위인 신한카드(1조5592억 원)와 2위인 삼성카드(9461억 원) 뿐이다.

3위인 우리카드는 기존 렌탈사업 부문도 전무하고 리스자산도 1850억 원으로 신규 진출에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리스자산 4위 이하 다른 카드사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혁신금융 샌드박스로 지정된 혁신금융서비스 역시 신한카드(송금서비스, 신용평가 서비스)와 BC카드(개인판매자 결제서비스) 단 세 건 뿐으로 현 시점에서 카드업권의 혁신금융 진출은 매우 소극적인 상황이다.

이에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내실화가 부각된 이유는 규제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수익원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며 “금융당국이 허용한 신사업의 수익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자본이 부족한 중소카드사 입장에선 대형카드사 행보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신사업에 진출하기보다 기존 가맹점 확장 같은 전통적 수익원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관계자 역시 “장기적으로 볼 때 금융당국의 플랜은 세계적인 흐름에 부합하지만 출혈에 가까운 카드사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며 “현재 신사업 진출 여력을 지닌 곳은 일부 대형 카드사뿐으로 향후 카드업권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당장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와 금융당국의 비전 간 틈을 메우는 것”이라며 “레버리지 완화나 수수료 하한제 등을 통해 일정 수익을 보장해야 카드사 입장에서도 신사업에 진출할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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