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인터넷은행의 적격성 심사에서 카카오뱅크는 청신호가 커진 반면 케이뱅크는 기대를 모았던 증자가 지연되면서 향후 인터넷은행 업권은 상당기간 카뱅의 독주가 점쳐지고 있다.

이에 금융권은 규제 완화를 통한 IT 산업 등 다양한 기업의 업권 진입과 이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5월 발표한 케이뱅크의 412억 원 규모 유상증자가 이달 12일로 연기되며 자본운용에 대한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 규모가 기존 계획된 5920억 원의 10%에도 못미치는 만큼 금융권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KT는 은산분리법에 막혀 10%대 케이뱅크 지분을 보유한 일반 주주였지만 정책, 운영 등에서 실질적인 대주주 역할을 해왔으며 이번 심사를 통해 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KT가 황창규 회장의 배임 혐의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대주주 적격성심사가 중단돼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조달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케이뱅크는 지난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자본(4774억 원)에 변화가 없는 상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케이뱅크는 지난 5월15일 당초 계획한 규모보다 적은 412억원 가량의 브릿지 증자를 계획했지만 이마저도 납입일이 연기됐다. 다만 주주사들의 내부 절차에 따른 일정변경일 뿐 취소가 아니란 것이 케이뱅크 측의 설명이다.

또한 케이뱅크와 주요 주주사들은 자본조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다. 이 중 가장 유력해 보이는 방안은 케이뱅크의 최대 주주(13.79%)인 우리은행이 증자를 통해 지분을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불리기와 디지털 플랫폼인 ‘원(WON)’을 출범시켜 케이뱅크 지분확대나 인수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412억 원의 증자가 우선”이라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1000억 원 증자 같은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요 주주사들이 케이뱅크 경영정상화를 위해 논의 중인 상황이며 우리은행을 비롯해 NH투자증권 등 주주 구성이 충실해 다소 시일이 걸릴지라도 자본 확충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금융관계자는 “지나치게 높은 규제로 새로운 주주가 진입하기 어렵고 기존 주주구성이 복잡해 증자가 지연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실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KT나 새로운 주주가 진입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독주’에도 기존 은행과 차별성 ‘시급’

반면 카카오뱅크 측은 카카오의 대주주적격성 심사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24일 법제처로부터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과정에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계열사 공시누락 문제를 제외해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전달받은 금융위는 카뱅의 적격성심사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역시 카카오가 인수 전 사항인 만큼 금융권에선 적격성 심사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다.

업계는 향후 카카오가 대주주로 등극하면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열사와의 협업으로 사업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케이뱅크가 자본부족으로 사업을 유지시키는 데 급급한 만큼 사실상 인터넷은행 업권은 사실상 카카오뱅크의 독주체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시중은행 대비 낮은 수익성이다.

카카오뱅크는 1분기 기준 순이익 66억 원을 기록했으며 총여신이 9조6664억 원인데 반해 총수신이 14조8970억 원으로 예대율(64.9%)이 기존 시중은행(95~98%대)에 비해 매우 낮아 자본 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은행과 기존 은행의 차별성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채널에 있는데도 기존 금융사들과 차별화된 강점이 퇴색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 4대 금융지주사에서 ‘쏠’ ‘리브’ 같은 모바일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비대면 채널을 확장시키고 있으며 최근 저축은행 업권에서도 ‘웰뱅’ ‘사이다뱅크’ 등을 출시하는 등 기존 인터넷은행이 가진 편의성이나 차별화된 영업전략이 고유영역에서 벗어난 상황이다.

이에 한 금융전문가는 “기존 금융사들의 디지털 역량이 강화되면서 비대면 채널에 대한 인터넷 은행의 강점이 모호해지고 있다”며 “해외와 비교할 때 국내 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 개정으로 진입장벽을 낮춰 다양한 기업들이 인터넷은행에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 필요하다”며 “향후 이자수익이 아니라 IT, 산업 등의 다양한 부문을 연결하는 촉매 역할을 통한 수수료 수익이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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