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반장(KT) “SKT 반대에 ITU 본부도 화나”

SKT 유감 표명  "앞으로 국제표준화 활동에 적극 참여”

SK텔레콤 본사전경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신유림 기자] SK텔레콤(박정호 대표)이 지난달 17~28일 열린 스위스 제네바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 부문 국제회의'에서 KT 주도로 개발한 양자암호통신 표준기술에 대해 반대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국제표준화 과정은 자사 개발기술을 국제표준에 더 많이 반영하려는 복마전이다. 하지만 국제회의 석상에서 한국 기업이 주도한 기술에 국내기업이 반대 의견을 제기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로 '제 살 깎아먹기'란 지적이다.

국회와 정부까지 나서 주도한 새로운 통신기술의 국제표준 채택과정이 SKT의 방해로 물거품이 될 뻔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SKT는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채택 과정에서 SK텔레콤이 이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제네바 회의에 참석했던 최준균 KAIST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SK텔레콤이 표준 채택을 방해해 ITU 사무국이 변호사까지 고용해 대기할 정도였다”면서 “2주 내내 반대하다 마지막 순간에서야 철회했다”고 말했다.

또 김형수 KT 융합기술원 기술전략팀장도 “ITU 외부 세력인 유럽표준화단체를 끌어들인 SK텔레콤에 현장 한국인뿐 아니라 ITU 본부도 화가 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SKT는 한 언론매체에 “방해가 아닌 반대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면서도 “이 사태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국제표준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며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해 국내외 양자 생태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논란 끝에 KT가 주도한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프레임워크 권고안 1건이 국제표준으로 예비승인됐다. 하지만 SKT가 초래한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해 통신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주된 의견은 SKT가 양자암호통신 국제표준을 독식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섞인 목소리다.

SKT는 국내 통신업체중 가장 활발하게 양자암호통신 기술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1년 위성발사 계획까지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국내에서 양자암호통신 관련 투자나 기술력이 앞선 건 사실이나 독식할 수는 없다”며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국내기업 간 협업이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내 양자정보통신 시장은 2025년 약 1조4000억 원,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26조9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학계에선 우리나라가 국제표준을 주도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 주도로 만들어진 ‘양자정보통신포럼’에서 국내기업 간 갈등을 없애는 노력이나 정부의 조정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해당 표준은 KT와 일본의 정보통신연구기구(NICT)가 주도했고 국내에선 KT·LG유플러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한국과학기술원(KAIST)·텔레필드·EYL 등 7개 기관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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