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역보복은 예견된 것"

"트럼프의 '반(反) 화웨이' 동참 요구 묵살도 한 몫"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한일 정상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초계기 갈등 등 현안을 뒤로한 채 정상회담은 결국 불발됐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정부의 WTO 제소 방침에도 일본의 보복성 경제제재는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 ‘반(反) 화웨이’ 동참 요구를 유보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간 미국은 한·미·일 동맹이 튼튼하다는 전제 하에 한·일 간 의견이 충돌할 때마다 중재를 해왔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데도 미국은 중재 시그널을 내보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화웨이’ 동참 요구가 문재인 정부에 사실상 퇴짜를 맞으면서 트럼프가 묵인한 이미 예견된 보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일본의 아베와 사전 교감을 나눈 트럼프의 속내는 일본이 한국 수출의 주력 산업인 전자업종부터 우선 제재를 통해 한국을 굴복시켜 긴밀한 미·일 동맹 밑에 줄 세우기 위한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으로선 한국에 대한 일본 경제제재가 장기적 관점에서 한·미·일 동맹 관계나 자국(自國) 반도체 산업에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한·일이 서로 치고받는 동안 미국 반도체 산업은 오히려 어부지리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고 적당한 시기에 경제·안보 등 이슈를 내세워 한·일 간 슈퍼파워 중재자로서 나서면 그만이다. 때문에 미국의 ‘전략적 침묵’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공급 중단에도 미국이나 일본 IT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 제품을 대신해 자체 조달하거나 중국산으로 대체수입이 가능하다.

결국 미국으로선 한국에 대한 일본 경제제재가 상당기간 지속돼 한국 기업의 부진이 심화되면 자국(自國) IT업계가 활황을 누릴 수도 있게 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트럼프가 한·일 관계에 치명타가 될 아베의 극단적 선택에도 입을 닫고 있는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흔들리는 한·미 동맹이라는 지적이 각계각층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재계는 손익계산에 밝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양자 간 분쟁에서 그 시비에 얽매이지 않고 철저히 미국에 이익되는 쪽의 손을 들어 줄 것이라며 이번 일본의 제재는 미국의 묵인 하에 진행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때문에 미국의 중재자 역할은 아예 기대하기 어렵거나 적극적 중재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이번 사태로 안보차원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묵인 하에 이뤄지는 일본의 무역보복 범주가 확산되고 장기화되면 경제뿐 아니라 안보 측면서도 한·일 공조에 금이 가 한·미 동맹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다.

단순한 경제제재로 보기 보다는 미국과 일본의 긴밀한 공조 속에 이뤄진 미·일 동맹이 한국 정부에게 보내는 단체 경고장 성격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로서는 WTO 제소와 맞대응 보복 외엔 딱히 대안이 없는 가운데 그간 일본과 대립각을 세운 문재인 정부가 과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상식적인 아베의 주장을 수용할지 아니면 계산기를 두드리는 트럼프에게 중재를 요청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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