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그룹, 기업금융부 폐부 및 여신 퇴출 등 지시 의혹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이 자회사인 SC제일은행에 '자산규모 감축 지시'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간 입소문만 무성했던 국내 철수가 본격적 진행 과정에 돌입했다는 전망이 제기돼 논란이다.

이런 가운데 실적악화에도 불구, 고액 배당과 자문료를 통해 본사에 막대한 돈을 송금한 정황 등은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한 매체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 그룹 본사로부터 매출액 기준 일정 구간의 중소기업을 담당하는 커머셜기업금융부를 폐쇄하라는 지침을 전달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지침은 해당 부서에 ▲신규 여신 영업 중단 ▲기존 여신의 연기 및 갱신을 심사부서와 협의 ▲위험가중자산이익률 3% 미만 여신(약 4조 원 대 추정)을 타행으로 이전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해당 지침이 은행업권에서는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은행업권에선 비이자이익을 증가시키고는 있지만 여전히 은행의 주 수익은 이자이익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 중 비이자이익 비중이 가장 높은 신한은행도 올해 상반기 기준 이자이익 비중이 전체 영업이익의 85.74%였다.

또한 이런 여신고객을 장기적으로 관리해 또 다른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 결국 은행이 타행에 여신을 이전시킨다는 것은 상인이 장사 밑천을 넘겨주는 꼴로 장사를 포기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여기에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도 국내은행의 경우 평균 1~1.5%, 해외은행의 경우 1.5~2% 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3% 미만의 자산은 수익성 측면에서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기업대출 활성화 기조에 반하는 SC그룹의 기업금융 축소 지침은 금융규제가 강력한 국내 은행업권에선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다.

한 은행관계자는 “은행 주요 수익원이 예대마진을 이용한 이자 수익인 만큼 자산은 ‘밑천’이라 할 수 있다”며 “리스크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 해도 은행 평균치보다 높은 수익성의 자산을 타행에 넘긴다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년 시행될 예대율 규제로 은행들은 기업대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금융을 축소시킨다면 향후 은행영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금융권 일각에선 SC은행 측의 의도적인 자산 감축 움직임을 두고 이른바 ‘철수전략’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실적 악화에도 본사에 거액 송금, 철수 전략 일환 의심돼

SC제일은행은 올해 초 배당 당시부터 철수의혹에 휩싸였다.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고배당과 높은 자문료를 통해 본사에 막대한 금액을 송금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SC제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213억원으로 전년 동기(2736억원) 대비 19.12% 감소했었다. 이에 지난해 배당금 역시 1120억원으로 전년(1250억원) 대비 10.4%(130억) 감소했다.

SC제일은행 순이익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문제는 직접적인 배당금은 감소했지만 용역비가 상승하면서 본사에 들어가는 금액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용역비는 SC제일은행의 최상위 지배회사인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에 대한 자문료와 로열티 개념이다. 지난해 SC은행의 용역비는 1659억원으로 전년 동기(1198억원) 대비 38.48% 증가했다.

또한 SC은행은 과거 2008년 이후 매년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데도 높은 배당액을 책정해 본사에 막대한 금액을 송금했다.

SC제일은행 배당금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2014년에는 645억원의 적자에도 1500억원을 배당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유의조치를 받았으며 다음해인 2015년에는 2857억대의 적자에도 5000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이번 배당금 감소도 용역비로 약 461억원이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SC그룹이 챙겨가는 금액은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SC은행의 행보와 유사한 사례가 과거 일본 씨티은행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14년 경 일본 금리가 급락하며 대출수익이 감소하자 씨티은행은 3년 가량에 걸쳐 고배당을 통한 수익을 본사로 송금했으며 점포 수를 축소시켰다.

결국 2017년 3월 일본에는 증권사를 제외한 모든 씨티그룹의 계열사는 철수했으며 이는 과거 금융위기 후 골드만삭스나 RBS 등 외국계 은행이 국내에서 철수한 상황과도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한 금융전문가는 “이미 SC은행은 수익성이 악화돼 소매금융 쪽에서 축소를 진행 중이었다”며 “타 해외자본 역시 규제가 강한 국내보다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국부유출 논란이 있지만 현지화 전략에 실패해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사업축소나 철수는 정해진 수순에 가깝다”며 “이를 단기간 내 진행하기보다 최근 수도권 진출을 노리고 있는 지방은행과 연계 같은 중장기적인 관점의 해결책이 더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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