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인 “건설사의 횡포와 LH의 방관 꾸짖어 달라”
건설사 “이익 있으면 안 할 이유 없어”
업계 “분양가 인위적 조정은 부작용 발생할 수도”

[위클리오늘=손익준 기자] 분양가가 낮다는 이유로 공공주택 분양을 수차례 연기하는 대형건설사들의 이른 바 ‘분양 갑질’로 서민들의 고통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원인 A씨는 지난 7일부터 “공공주택지에서 자행되고 있는 건설사들의 고의적인 ‘분양 무기한 연기’ 횡포를 막아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A씨는 “건설사들이 분양가 심사제도로 이익을 충분히 보장받는데도 분양가가 낮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분양을 무기한 연기하는 횡포를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건설사 측의 ‘분양가가 낮다’는 주장은 여타 분양 사례와 견주어 봐도 어불성설”이라며 “오히려 높은 이익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론을 장악한 건설사들이 분양가의 실체를 속이고 거짓 정보들을 흘린다”며 건설사들이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처럼 앓는 소리를 한다“고 성토했다.

A씨는 “LH는 토지 매매 이익을 취하며 분양·건설의 병폐를 방관할 뿐”이라며 "대통령이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건설사의 횡포와 LH의 방관을 개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각 건설사들의 공공주택 분양 연기 사태로 서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미지=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 민원 속 '과천지식정보타운' 어떻게 조성되나?

계획에 따르면 과천지식정보타운은 과천시 갈현동과 문원동 일대 135만 3090㎡ 부지에 건립된다. 여기에 대우건설 컨소시엄‧ GS건설‧우미건설 등이 7571 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한다.

일반분양은 ▲S1(435가구) ▲S2(783가구) ▲S4(679가구) ▲S5(584가구) ▲S6(504가구) ▲S8(608가구)에서 총 3593세대가 조성된다.

일반분양 외 물량은 ▲공공분양이 S9블록(647가구) ▲ 신혼희망타운이 S3(476가구)·S7블록(542가구) ▲행복주택이 S11(846가구)·S12블록(1467가구)에서 조성된다.

하지만 분양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과천지식정보타운 공공택지지구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는 예비청약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해 서민 부담이 경감될 수 있겠지만 그 만큼 건설사들의 이윤도 저하돼 결국 분양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 GS건설 과천 지정타 ‘제이드 자이’ 무기한 연기

‘제이드 자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하고 GS건설이 시공하는 공공분양 사업이다.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S9블록에 전용면적 49~59㎡, 총 647세대가 조성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GS건설은 제이드 자이 사업을 무기한 연기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경실련이 제기한 고분양가 논란 때문이다.

당초 GS건설이 제시한 분양가는 3.3㎡당 2400~2500만 원이었다. 하지만 민간분양인 대우컨소시엄의 S6블록 분양가가 이 보다 낮게 결정된 것이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S6블록 ‘푸르지오 벨라르테’의 3.3㎡당 분양가가 2205만원으로 결정됨에 따라 공공분양인 제이드 자이는 이 보다 더 낮아질 수 있어 제이드 자이의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민원인은 “홈페이지에는 10월에 분양한다고 공지했지만 이제까지 5회 이상 분양 예정일을 지키지 않아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GS건설 관계자는 <본지> 측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연기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며 “지분이 더 큰 LH를 무시한 채 민간 건설사인 본사가 단독으로 미룰 순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분양가 심의를 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LH 측과 합의가 원만하게 진행되면 분양사업을 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사업은 LH 측이 키(Key)를 쥐고 있다”며 “아직 분양가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이해타산이 맞아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 대우 컨소시엄의 ‘과천 푸르지오벨라르테’도 지연

‘과천 푸르지오벨라르테(민간분양, S6)’도 분양 일정을 못 잡긴 마찬가지다. 과천시 분양가심사위에서 3.3㎡ 당 평균 분양가가 2205만원으로 결정돼 대우 측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당초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건설·금호산업·태영건설)은 2600만원(3.3㎡당)을 책정한 바 있다.

이에 대우 측은 분양가 심의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 임대 전환 후 분양하겠다고 밝혔지만 8년 후 분양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고민이 큰 것으로 전혀지고 있다.

이에 민원인은 “이 때문에 수많은 대기자들이 말할 수 없는 충격에 빠졌으며 분양 카페에서는 한숨과 분노의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우건설 측은 <본지> 측에 “손실이 뻔한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며 “높은 이익에도 고의로 분양을 지연하는 등 횡포를 부린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이어 “분양을 기다리는 분께는 죄송하지만 자본주의에서 민간기업이 손실을 무릅쓸 수는 없다”며 2205만원으로 책정된 분양가는 수익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사업을 지연시킬수록 금융 이자도 불어나 건설사도 부담스럽다”며 “향후 분양가 재심의 상정 후 수익타산 분석에 따라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우건설 내부적으로는 3.3㎡당 분양가가 2500만원 아래로 내려가면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다른 곳은? 호반건설의 북위례 A1-2‧A1-4도 지연

북위례 청약 일정 역시 지연됐다. 올 8월 분양을 목표로 했던 ‘호반써밋 송파 1·2차’가 분양가를 놓고 송파구 분양가심사위원회와 시공사인 호반건설 측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호반써밋 송파 1·2차는 위례신도시 A1-2블록과 A1-4블록에 1389가구로 조성된다. 시공사가 제시한 평균 분양가는 3.3㎡당 2300만~25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면 송파구는 호반건설이 제시한 가격이 높다는 입장이다. 송파구에 위치한 위례리슈빌퍼스트클래스가 3.3㎡당 2170만원에 분양됐다는 이유에서다.

호반건설 측은 현재 사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 중이지만 분양 가능 시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면 부작용이 따른다"며 “건설사 위축에 따른 공급 감소로 이어져 아파트 가격이 오히려 상승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건설사·입주민·관계기관 간 최대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도 “반면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아 이 같은 문제는 장기화 될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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