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하나은행, 고위험상품에 높은 수수료율 책정…“실적 유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초고령사회 대비'를 주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포럼 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 우려가 발생한 주요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DLS) 사태와 관련해 이번주부터 실태파악을 위한 검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최근 DLS와 DLF 투자자에게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면서 고위험성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들에 대한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지분을 지닌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대규모 합동조사를 예고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이번 DLS 사태의 원인이 비이자부문 확대에 치중한 ‘실적압박’이 원인이라 분석하고 있다.

지난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로 인해 약 4600억 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금감원이 상품의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반적 실태를 들여다 볼거라는 소식에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DLS는 파생결합상품으로 주가나 금리, 실물자산 등을 기초자산으로 정해진 조건 충족 시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사전에 정해진 방식으로 기초자산이 일정 구간을 벗어나게 되면 원금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이며 파생결합펀드(DLF)는 DLS를 편입한 펀드를 일컫는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추산한 국내 DLS·DLF 판매잔액은 총 8224억 원으로 만기까지 현 금리 수준이 유지될 시 약 4558억 원대의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문제는 해당 상품 총 구매자 3843명 중 개인판매가 3654명, 법인판매는 188곳으로 나타나며 개인 투자자 다수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특히 해당 상품의 주요 판매처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으로 지목됐다.

양사의 DLS와 DLF 판매잔액은 우리은행이 4012억 원으로 전체의 48.8%, 하나은행이 3876억 원으로 전체의 47.1%를 차지하는데 이는 전체 95.9%에 해당한다.

문제는 해당 상품이 수익대비 고위험군 상품으로 일반 시중은행에서 대량으로 판매하기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상품은 지정한 국가 금리가 상승할수록 높은 수익을 얻는 상품이지만 상품 구조 상 최대 수익이 3~5%가량에 그친다.

반면 금리 하락 시 투자원금 손실은 100%에 육박할 정도로 큰 리스크를 동반하고 있으며 이 정도 고위험 상품은 시중은행에서 주력으로 판매하기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금융관계자들은 시중은행을 통해 투자하는 고객은 고위험 상품보다는 안정성 위주 상품에 투자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해당 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신한·농협·기업은행 등은 해당 상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아예 판매하지 않았으며 국민은행은 262억 원 규모로 우리은행이나 하나은행의 1/15 수준인데다 금리가 낮아질 것을 예상, 금리 인하 시 오히려 수익이 나는 이른바 ‘리버스형 펀드’를 판매해 오히려 수익이 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관계자는 해당 상품 수수료가 다른 상품에 비해 높은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비이자수익을 늘리는데 집중한 나머지 상품의 안정성을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가계대출 규모는 1535조로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축소를 위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비롯한 가계대출 규제를 도입했다. 이에 은행권은 포화된 대출시장 대신 비이자부문 확대를 핵심 영업전략으로 꼽았다.

문제는 양사의 비이자이익 성과가 부진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비이자이익으로 각각 1조3995억 원, 1조954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4.3%, 0.5%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지주 출범 전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연결기준)은 1조464억 원으로 전년(1조2520억 원) 대비 16.4% 감소했다.

또한 2017년 말 기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비이자이익(2조5088억 원)을 기록했던 하나금융은 지난해 비이자이익으로 1조936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2.8%나 감소했다.

이에 금융관계자들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하락한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리는 방편으로 수수료이익을 선택했고 높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단기 상품위주로 판매해 실적을 높인 결과 이번 사태가 발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금융관계자는 “미국 JP모건이나 유수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무역분쟁 등의 이슈로 오히려 금리 하락 시 이득을 보는 구조의 상품을 설계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위험성이 큰 상품을 판매했다는 것은 안정성보다 단기 실적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상품의 판매 수수료율은 통상 0.5~0.8%보다 더 많은 1~1.5% 가량으로, 1억 원짜리 상품을 판매 시 100~150만 원 수익이 나는 구조”라며 “이번 사태는 고위험성 상품임에도 높은 ‘인센티브’를 통해 무리한 영업을 진행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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