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유림 기자] 기자는 수년 전 한 유튜브 영상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안락사를 선택한 어느 외국 노인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다.

드레스를 입은 노인은 화장을 곱게 한 모습으로 병실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주변에는 가족과 친구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로 마주하고 있었고, 간간히 웃음소리도 들렸다. 노인은 한아름 꽃다발을 받았다. 마치 병상 생일파티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어느덧 작별의 시간이 된 걸까? 한 간호사가 그녀에게 작은 물컵 하나를 건넸다. 기도를 하듯 잠시 눈을 감던 그녀는 미소 띤 얼굴로 물을 들이켰다.

카메라엔 슬픈 표정의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밝은 표정으로 다가가 그녀의 얼굴에 입맞춤 하고 포옹도 하며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행복한 얼굴로 잠자듯 눈을 감았다. 그녀는 말기 암 환자였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게 뼈만 앙상하게 남은 말기 암 환자는 밀려오는 고통을 참으며 한 번의 숨이라도 더 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를 지켜보는 가족 역시 환자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듯 괴로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환자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쏟아 낸다. 기자의 할머니는 그렇게 가셨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공포는 ‘죽음’일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생을 마감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누구나 고통 없는 죽음을 꿈꿀 것이다. 이는 비단 말기 암 환자나 회생이 불가한 불치병 환자 뿐만은 아니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에게도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로 알려졌다. 스위스 비영리단체 ‘디그니타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된 한국인 회원은 32명이며 2016년과 2018년, 한국인 2명이 그곳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다만 스위스는 소극적 안락사인 ‘조력자살’만 허용하고 있어 디그니타스는 ‘펜토바르비탈’ 등의 약물을 처방해 환자 스스로 먹게 함으로써 안락사에 이르도록 하고 있다.
 

                                                    전 세계 안락사 제도 현황 <인포그래픽=신유림 기자>

현재 안락사를 허용한 국가는 스위스 외에도 네덜란드·벨기에·룩셈부르크·캐나다(퀘벡 주 제외)·콜롬비아·미국(워싱턴·오리건·뉴멕시코·캘리포니아·버몬트·몬테나·하와이)등이 있다.

특히 네덜란드는 정신적 고통을 겪는 환자와 미성년자에게도 안락사를 허용해 가장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으며 2002년 합법화 이후 시행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로소 지난해 2월 ‘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신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거부할 권리를 인정한 제도다. 국가가 개인의 존엄사 보장을 위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셈이다.

스위스로 향하는 한국인이 늘어남과 동시에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안락사를 허용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또한 안락사 찬성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는 대부분 찬성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살을 죄악시하는 문화가 깊게 자리한 한국에선 더욱 그렇다.

이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앞서 언급했듯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말기 암 환자나 치료방법이 없어 죽음보다 못한 삶을 연명하는 일부의 사람들에게라도 이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안락사는 더 이상 머나먼 유럽 이야기가 아닌 마주하고 고민해야할 우리의 문제다. 기자 역시 아름다운 죽음을 꿈꾼다. ‘웰다잉’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마지막 복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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