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이주열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본회에서 연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친 가운데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했다.

거시경제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을 주시하면서 인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읽혀진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인하 단행은 ‘경기 위기론’을 한은이 주도해 조장할 수 있고 아직 7월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8월 기준금리 동결은 예상돼 왔다.

최근 서울 강남지역 발 집값이 꿈틀거리고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하반기 들어 확대되는 점, 그리고 미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조절 관측 등을 고려해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 초 통과된 추가경정예산 영향에 따른 효과도 지켜봐야 하므로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금리인하 압박 요인은 경제성장률 하락과 낮은 물가상승률 등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춰 잡았다. 물가상승률도 0%대로 7개월째 제 자리 걸음이다.

지속되는 저성장·저물가로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가 커지면 한은은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 방향에서 “향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18일 “인하 한 번으로 실효하한에 근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화정책 여력이 있다”며 금통위 본회의 직후 가진 기자 설명회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 경제가 개방돼 있고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외부로의 자본유출 우려가 높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사실상 제로금리까지 인하할 수 없기에 실효하한을 추정하게 된다.

실효하한 금리란 우리 경제가 인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의 바닥을 뜻하는데, 실제 한은이 내부적으로 실효하한 금리 추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의 보수적 추정치에 따르면 1.00%가 실효하한이고 현재 1.50%인 기준금리를 감안하면 사실상 우리 경제는 아직 몇 번 더 추가인하는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한은이 사용가능한 완화적 통화정책은 0.25%포인트씩 2회 인하가 전부다. 바꿔 말하면 추가인하 여력은 있지만 카드가 얼마 남지 않은 한은으로선 통화정책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안보 리스크 증대로 성장 가능성이 갈수록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한은도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악재 심화 등 성장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 미국 연준 금리가 한은 금리보다 0.75%포인트 높다는 점이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만 추가 금리인하를 하면 외국 자본 이탈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은 금리인하에 미온적인 미 연준과 높아가는 금리인하 압박 사이에 끼여 이중고에 처해 있다.

시장에선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오는 10월16일 ‘기준금리 인하’를 당연시 하고 있지만 한은의 고민은 깊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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